LX 빠진 HMM 매각, 새 주인 찾나

By Economic Review

산업은행 본점. 사진=박상준

새 주인을 찾기 위한 HMM (KS:011200) 본입찰이 23일 마무리됐다. 그간 HMM 매각을 놓고 각계에서는 유찰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왔다. 예상 매각가 대비 인수 후보군 3사의 자본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 탓이었다.

그러나 막상 본입찰이 끝나자, ‘유찰론’이 무색하게 연내 매각 가능성이 다시금 커지는 모양새다. 인수 후보군 3사 중 유력 후보였던 LX그룹이 최종 불참했음에도, 남은 하림과 동원그룹이 산업은행이 제시한 인수액 ‘커트라인’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43조에 의하면, 상장법인이 발행한 주권을 처분할 때 그 예정가격은 ‘평가 기준일 전 1년 이내에 거래된 최근 30일간의 증권시장 최종 시세가액을 가중산술평균해 산출한 가액’으로 정한다. 이에 따라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은 근래 HMM의 평균 주가 1만5300원을 기준으로 매각 대상 지분 57.9%를 환산한 매각 예정가액을 6조원 초반대로 내놓았다. 여기에 동원과 하림이 각각 6조3000억원~6조4000억원에 달하는 인수 희망가액을 제시하면서 유효경쟁이 성립하게 됐다.

이런 분위기 반전은 연내 매각을 마무리하고 싶은 산업은행이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소 금액으로 설정한 것이다.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에는 매각 지분가치의 20% 이상이 붙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 예정가액은 7조원을 넘어갈 것으로 여겨져왔다.

하림과 동원도 변함없는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본입찰 후보군 3사 공개 당시 양사의 가용 현금성 자산은 하림그룹 1조2000억원, 동원그룹 6000억원 수준이었다. 양사는 본입찰 전까지 부족한 인수액을 충당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하림은 그룹 벌크선사인 팬오션의 영구채를 발행하고 자산을 유동화 하는 한편, 재무적투자자(FI) JKL파트너스와 손을 잡았다. 동원은 동원산업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함과 동시에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의 IPO, 인수금융 확보 등으로 인수 준비에 나섰다. 그 결과 6조원을 상회하는 인수 희망가액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매각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로 진입함에 따라 산업은행은 “연내 매매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매각에 앞서 여전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도 있다. ‘영구채’ 문제가 대표적이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 10월 20일 1조원 규모의 HMM 영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각각 8000만 주, 1억2000만 주가 전환 청구됐다. 전환가액은 5000원이다. 주식 전환으로 산은과 해진공의 HMM에 대한 지분율은 40.6%에서 57.9%로 17.3% 포인트 늘어났다.

문제는 아직 전환되지 않은 영구채 1조6800억원이다. 하림이나 동원이 HMM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산은과 해진공에서 뒤늦게 남은 영구채를 주식 전환한다면 HMM의 정부 지분은 다시금 늘어나고, 인수 기업의 지분은 3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불확실한 영구채의 향방이 다른 대기업들이 매각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FI와 인수금융 확보 등으로 적절한 인수 희망가액을 제시할 수 있던 동원·하림에게도 ‘현금 빼먹기’ 논란은 당분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HMM이 신성장 동력 투자 명목으로 남겨둔 현금성 자산 14조원 가량을 ‘무거운 인수 대금 갚기’에 사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산은은 최근 방지책으로 HMM의 배당을 3년간 1조 5000억 원으로 하는 내용의 주주 간 계약서를 인수 후보자들에게 제시했다. HMM 배당 규모가 1년에 5000억 원을 넘을 수 없게 해, HMM의 현금성 자산으로만 인수 대금을 갚지 못하도록 나름의 조치를 한 셈이다.

원문보러가기(클릭)

Latest articles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