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토큰포스트
비트코인의 미래가 국가 준비금과 순환 경제 사이에서 갈림길에 놓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을 마련하며 제도권 내 편입을 가속화하는 흐름 속에서, 일부 비트코인 옹호자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비트코인의 본래 목표와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위터 창립자이자 비트코인 지지자인 잭 도시(Jack Dorsey)는 올해 초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자리 잡는다면 이는 프로젝트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국가 준비금으로 보존되는 것이 해당 국가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 자체의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피어투피어 현금’이라는 최초의 비전을 실현하려면, 거래 수단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곳곳에서는 ‘비트코인 순환 경제’(Circular Bitcoin Economy)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비트코인을 통화로 활용하며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순환 경제는 기존 금융 시스템 대신 비트코인을 교환 수단·가치 저장·회계 단위로 활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비트코인을 결국 ‘디지털 금’처럼 장기 보유해야 하는 자산으로 간주하려는 시각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열린 내슈빌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정책연구소에서 연설한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 스트래티지(Strategy) CEO 역시 같은 입장을 보였다. 그는 미국 정부가 대규모 비트코인을 보유하면 디지털 경제 전반을 통제하는 새로운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개념이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비트코인 순환 경제를 주도하는 인사들은 이와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멕시코 이슬라 무헤레스에서 ‘비트코인 이슬라’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이사 산토스(Isa Santos)는 “비트코인은 적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분산된 활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가이저펀드’(Geyserfund)의 창립자 스텔리오스 라모스(Stelios Rammos) 역시 “비트코인의 본질은 허가 없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돈이라는 점”이라며, 정부의 수용 여부를 떠나 비트코인이 필연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비트코인이 순환 경제를 통해 대중의 생활 속에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순환 경제는 주요 신흥국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쿠바에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비트코인이 주민들의 자산 가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은행 계좌가 없는 인구 비율이 높은 페루의 농촌 지역에서도 비트코인이 저축 수단으로 활용되며, 교육비 지불 등의 용도로 쓰이고 있다.
다만, 이러한 모델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한계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이며, 이는 개발도상국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금융 수단으로 자리 잡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순환 경제를 운영하는 단체들은 금융 교육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기반의 경제 모델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비트코인 에카시’(Bitcoin Ekasi) 프로젝트는 지역 서핑 강사들의 급여를 비트코인으로 지급하며, 지역 상점과 공급망에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정착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궁극적으로 하나의 금융 생태계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라모스는 “머지않아 굳이 ‘순환 경제’라는 용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비트코인이 기존 경제 체계에 자연스럽게 융합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트코인이 국가 차원의 준비 자산이 될 것인지, 기존 금융 질서를 대체하는 자유로운 교환 수단으로 자리 잡을지는 여전히 논의 중인 사안이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곳에서 실질적인 사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향후 경제 패러다임 속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