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토큰포스트
유럽중앙은행(ECB)이 디지털 유로 도입을 위한 준비 단계를 오는 10월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유럽연합(EU) 의회와 유럽위원회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CB는 2023년 10월 디지털 유로의 조사를 완료하고 현재 준비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이후 최종 결정 단계에서 도입 여부가 확정될 예정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디지털 유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사안”이라며 “법적 근거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ECB가 디지털 유로 도입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미국의 태도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재선에 성공한 이후 유럽 안보를 더 이상 보장하지 않겠다고 시사하면서, 유럽 각국은 독자적인 경제·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은 미국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지급결제 시스템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유로가 도입되면 유럽 내 지급결제 편의성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미국 주도의 국제 결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제재 리스크에 대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현재 유럽의 결제 인프라는 상당히 분산되어 있으며, 비자(V)나 마스터카드(MA) 같은 미국 기업 및 알리페이처럼 중국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ECB는 디지털 유로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유럽 내 무역 촉진 및 금융 독립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이 국방 예산을 8,000억 유로(약 1,168조 원)까지 확대할 계획을 밝힌 만큼, 통합된 디지털 결제 시스템은 재정 운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이 SWIFT 결제망을 사용해 각국에 금융 제재를 가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EU가 독자적인 금융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은 필수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지원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열린 백악관 암호화폐 정상회의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은 “미국은 달러 패권을 유지할 것이며, 이를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논의가 진행 중이며, 조만간 새로운 규제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국과 유럽이 각각 스테이블코인과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활용해 글로벌 금융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ECB가 오는 10월까지 디지털 유로의 준비 단계를 마무리한다면, 향후 국제 금융 시장에서 유로화의 위상 강화와 함께 미국 달러의 패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