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포스트 칼럼] 가상자산사업자 제재에 앞서 해야 할 일들

출처: 토큰포스트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이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대해 공개적으로 3회 제재를 결정했다. 최초의 제재는 2023년 델리오, 두번째는 역시 2023년 한빗코, 세번째가 최근 업비트에 내려졌다.

가상자산은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는 신종 자산이다. 그래서 아직 이 자산을다룰 법률이나 제도가 미비하다. 기존 자금세탁방지의 틀에 가상자산을 끼우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아서 불편할 수밖에 없다.

자금세탁이 예상되는 거래 시도가 간혹 눈에 들어올 수 있지만 대부분 교묘하게 이루어진다. 그래서 자금세탁방지 업무는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자금세탁방지는 FIU와 VASP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며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자금세탁(ML/FT)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관 파트너십을 견고하게 구축해야 하고, FIU는 그 최일선에 있는 민간 파트너인 VASP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해석 지침을 주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게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의 입장이다.

그래서 FIU는 VASP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은데 그걸로 제재를 당하면 사업자는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보자.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에서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VASP와는 ‘영업을 목적으로’ 거래하지 않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영업을 목적으로 거래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어떤 행위가 영국 내에서 “영업으로 하는(by way of business) 활동에 해당하는지 사안별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그 기준은 상업적 요소, 상업적 편익, 다른 영업과의 관련성, 반복성 즉 정규성과 빈도 등 네 가지다.

또한 어떤 행위가 영업으로 수행되는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금전적/비금전적 보수를 받고 있는지, 그 행위를 상당한 정도의 정규성을 갖고 상업적 목적으로 직접적인 재무적 대가를 받고 있는지를 고려한다고 FCA가 명문화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델리오와 업비트에 가해진 제재의 근거 중 하나가 “미신고 VASP와 거래금지 의무 위반”이라면서 “영업을 목적으로 거래”한 것을 지적했다.

여기서 “미신고 VASP”와 거래를 한 것 또는 “미신고 VASP와 영업을 목적으로 거래”한 것 중 무엇이 문제인지 FIU가 명확히 해야 한다. 100만원 이하 거래를 문제 삼았다면 미신고 VASP와의 거래는 가능한 데 영업을 목적으로 거래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당국은 사업자에게 제재를 가하기 전 기준을 문서로 제시하고 기준이 없다면 계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준도 없이 “네가 알아서 잘 해라, 문제가 생기면 넌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접근법은 피해야 한다. 심판은 언제고 명확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FIU가 제재 내용을 공개한 것은 잘 한 일이다. 공개된 자료는 비교분석에 큰 도움이 된다. FIU의 공식적 발표 3건을 하나씩 보자. 델리오의 경우 영업 전부 정지 3개월, 임원 해임 권고, 과태료 약 19억원의 제재가 내려졌다.

한빗코는 기관 및 임원 주의, 과태료, 약 20억원의 제재를 받았다. 이에 불복해 한빗코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24년 12월 법원은 과태료 부과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24년 5월 영업의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한빗코가 문을 닫았다.

업비트는 영업 일부 정지 3개월, 임원 문책 경고, 직원 면직 2명 등의 제재를 받았고 과태료는 아직 부과되지 않은 상태이다. 특히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준법감시인과 보고책임자를 면직해 후임 직원은 불안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과도한 내부 규제를 적용할 경우 고객의 불편과 피해가 예상된다.

따라서 처음부터 규제의 수위를 높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사안에서 위반의 소지가 있을 때 우선 계도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사업자가 명확한 규정을 어겼을 때는 규정대로 제재를 가하면 된다.

다만, 제재의 적정성과 비례성 유지가 중요하다. 전례가 거의 없는 시기에 과도하게 규제 수위를 높게 잡으면 후일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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