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토큰포스트
비트코인을 미국 중앙은행의 ‘준비자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법안이 추진 중이다.
24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친(親) 암호화폐 성향의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비축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법안 초안을 본 한 관계자는 “법안은 연준이 금과 외화를 보유하는 것처럼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비축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으로, 미국 통화 시스템을 운영하고 달러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루미스 의원은 2022년에도 “비트코인은 탈중앙성으로 인해 점점 더 보편적인 자산이 될 것”이라면서 연준이 400억 달러 상당의 외환보유고를 비트코인을 통해 다각화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달 초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연준이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에 포함시키면 달러 강세를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었다.
사안을 잘 아는 업계 인사들은 “이번주 열리는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법안을 발표하기 위해 비공개로 작업이 진행됐다”면서 “루미스 의원이 여러 상원 은행위원회의 동료 의원들에게 법안을 공유하고 공동 발의자로 법안에 서명해줄 것을 설득해왔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컨퍼런스는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행사로, 이달 25일부터 27일까지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진행된다. 약 2만명이 행사에 참석하며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창립자 마이클 세일러,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CEO, 공화당 전 대선 후보 비벡 라마스와미, 무소속 대선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등 친 비트코인 인사들도 자리할 예정이다.
올해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설이 예정돼 있다. 루미스 의원 측은 토요일(27일) 전 대통령의 연설 전 기자회견에서 법안을 공개하고, 공화당 대선 후보의 지지를 얻길 기대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루미스 의원은 지난 23일 X(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주에 ‘엄청난 일(₿ig things)’이 있을 것”이라는 트윗을 올리며 비트코인 관련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을 예고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지난 6월 기준 7조3000억 달러 상당으로, 국채, 외환 보유고, 금 등의 자산을 포함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는 해당 법안이 의회와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추진될 경우 주요 금융자산으로 비트코인이 입지가 강화되고, 관련 산업이 비약적인 성장을 맞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해리스엑스(HarrisX) 최고커머셜책임자(CCO) 알렉스 치직(Alex Chizhik)은 “연준의 비트코인 준비자산 보유는 미국 달러와 자본시장에 안정성을 가져올 중대한 움직임이 될 것”이라면서 중앙은행이 혁신을 수용하고 있으며 비당파적이고 독립된 기관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 ‘라이엇 플랫폼’의 공공정책책임자 샘 라이먼(Sam Lyman)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를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분류하면 이는 ‘비트코인 우주 경쟁(Bitcoin Space Race)’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면서 과거 각국이 우주 경쟁을 벌인 것처럼 비트코인 비축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이자 글로벌 자본 중심지인 미국이 비트코인을 비축하면 다른 국가들에게도 강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면서 타국 전략에 따라 자국 전략을 조정하는 ‘국가 간 게임 이론’에 따라 각국이 세상에서 가장 희소한 자산을 앞다퉈 축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왐 마켓 공동 설립자 필립 파이퍼는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정부 같은 대형 기관이 비트코인을 매입할 경우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큰 자산이기 때문에 경제 역풍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자산’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트럼프 고문을 지낸 경제학자 스티브 무어는 “자산을 다각화할 좋은 방법이지만, 가장 안전한 미국 국채를 두고,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보유해야 할 필요성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랜디 퀄스 연준 부의장은 “연준이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대차대조표가 국채만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주류 금융권의 인식 변화와 11월 대선 경쟁이 긍정적인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CEO 래리 핑크는 과거 비트코인이 자금세탁 수단이라고 비판했지만 이후에는 디지털 금이자 장기적인 가치저장수단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고 200억 달러 상당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비트코인에 대한 월가 인식을 바꿔놨다.
올해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비트코인 회의론에서 낙관론으로 돌아섰다. 트럼프는 지난 몇 달 동안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며 암호화폐 유권층 확보에 있어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트럼프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이 비트코인을 수용하지 않으면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공식 채널을 통해 “남은 모든 비트코인이 미국에서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도 비트코인 채굴 산업 지원, 직접 수탁 권한 허용, CBDC 발행 반대 등 친 암호화폐 공약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불출마 결정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SEC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산업 억제 기조를 보였던 민주당이 대선 후보 교체를 통해 기조 전환 기회를 잡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친암호화폐 민주당 인사인 유명 기업인 마크 큐반은 해리스 캠프에 암호화폐 산업과의 관계를 완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선 후보로 떠오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공식 입장을 나오지 않았지만 5000만명 암호화폐 유권자 표심에 호소하는 것에 열려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