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토큰포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공식 성명문에서 ‘높은 물가’라는 표현을 삭제하여 9월 정책 전환 가능성을 예고할 수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로이터가 보도했다.
연준은 2021년 9월 물가가 목표치 2%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을 3개월 이상 유지하자 물가가 ‘높은 상태(elevated)’라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수 ‘개인소비지출(PCE)’에 따르면 연간 물가상승률은 2021년 5월 4.0%를 넘어 2022년 6월 7.1%까지 올랐다.
2022년 3월 시작된 11번의 금리 인상과 강력한 긴축 정책으로 PCE는 올해 5월 2.6%까지 안정됐지만 연준은 FOMC의 최근 성명문에서도 물가를 ‘높은 수준(elevated)’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이달 30-31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물가가 높다’는 표현을 삭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연준이 9월 첫 번째 금리인하를 준비하고 완화 정책 주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FOMC 성명문의 핵심 문구도 수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FOMC 의사록도 물가에 대한 연준의 견해가 달라졌음을 나타내면서 정책 전환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물가에 대한 연준의 관점은 2020년과 2021년 초까지 ‘물가가 지속적으로 2%를 하회하고 있다’에 머물렀다가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되자 2021년 4월부터 7월까지 ‘물가가 상승했다(inflation has risen)’는 사실을 반영했다. 이후 물가가 정점에 달하면서 연준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반영하며 물가가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작년 물가가 빠르게 둔화하면서 연준은 “지난 한 해 동안 물가가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remained elevated)”라고 평가했다. 물가가 3%대에 진입한 작년 12월 FOMC 의사록까지도 해당 문구가 포함돼있었다.
PCE 물가가 2.6%로 떨어진 것을 확인한 올해 1월 FOMC의 의사록에서는 ‘높은 상태(elevated)’라는 표현이 빠지고 ‘한 해 동안 현저히 물가가 둔화한 후에도 여전히 2%를 상회하고 있다(remained above 2%)’는 표현이 들어갔다.
올 들어 연준 인사들도 ‘물가가 높은 수준(elevated)’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가 둔화되고 있고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최근에는 정책 전환까지 남은 거리를 설명하기 위해 ‘가까워지고 있다’와 같은 표현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지난주 인터뷰에서 “미국은 연준이 찾고 있는 ‘물가 둔화(disinflationary)’ 추세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 인사들이 ‘특정 기준’에 따라 경제와 정책 대응 방안에 대한 ‘표현’을 바꾸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달 말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목표치 대비) 0.5% 이상인 물가를 ‘높은 수준(elevated)’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면 놀랄 일”이라고 발언했는데, 이를 통해 물가 2.5%선이 물가에 대한 연준 평가를 바꿀 기준선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봤다.
지난주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도 “경제 성장, 고용 시장, 물가상승률에 대해 설명하는 FOMC 정책 성명의 첫 문장은 경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데 사용된다”면서 “회의 전에 PCE가 나오면 데이터를 보고 적절히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FOMC 회의 전 이달 26일에 나오는 6월 PCE 물가는 2.5%에 도달하거나 이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도 물가가 크게 냉각된 만큼 연준 평가가 수정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르네상스 매크로(Renaissance Macro)의 경제연구 수석인 네일 두타는 최근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연준을 곤란하게 했던 물가가 연준에 유리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연준은 물가가 진정됐다는 사실을 더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두타 수석은 주거비 및 임대료 물가의 추가적인 둔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용통계국은 물가 변화를 느리게 반영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측정 방식보다 더 빠르게 주거 물가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새로운 주거 물가 지표를 개발했는데, 해당 지표에 따르면 2분기 임대료가 하락했고, 주거 물가가 의미 있는 둔화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10년 동안 물가를 억제하는 요인이었던 상품 물가도 하락하며 전반적인 물가 둔화에 기여하고 있다. 임금 상승세도 느려졌고, 고착 상태였던 서비스 물가 압력도 완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인사이트(Inflation Insights)의 오마이르 샤리프 수석은 물가 둔화를 입증하는 명확한 데이터들이 확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13개월치 근원 물가 데이터 중에서 추세가 아니라 ‘잡음’으로 판명된 올초의 높은 데이터를 제외시킨다면 10개월 평균치는 이미 연준 목표 2%를 달성한 상태라고 밝혔다.
샤리프 수석은 “작년 여름부터 식품과 에너지처럼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물가가 둔화했다면”서 “물가가 높다는 언급을 중단하는 것은 타당할 뿐 아니라 7월 FOMC 회의에서 다음 9월 회의에 첫 금리인하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