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토큰포스트
물가 안정 가시화와 고용 위험 고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9월 금리인하를 준비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2년 넘게 물가 문제에 매진해온 연준이 최근 몇 주 동안 여러 공식 발언을 통해 금리인하를 위한 기초 작업을 수행했다면서 “곧 시장이 고대해온 변화(금리인하)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제롬 파월 의장도 7월 30일과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 회의 이후 이러한 입장을 더 명확히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연준은 물가 안정 없이는 지속 가능한 고용 안정도, 경제 성장도 없다며 강력한 긴축 통화정책을 단행해왔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0일 하원 청문회에서 “물가를 낮추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용 시장 상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발언을 내놨다.
연준 평가에 따르면 물가는 ‘고무적인’ 수준에서 ‘상당히 좋은’ 수준까지 개선됐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가늠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2.6%로 낮아졌고, 5월과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물가가 정상 궤도에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주 초 제롬 파월 의장도 “지난 분기 데이터가 어느 정도 확신을 더해줬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23년 최고 수준인 5.25-5.50%의 금리를 낮추기 전에 연간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지 추가적인 데이터를 원한다는 입장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7월과 9월 사이에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견조했던 미국 경제가 힘을 잃고 있다는 몇 가지 신호가 나온 만큼 ‘연착륙’ 성공 기회를 놓치지 않는 데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착륙은 통화정책과 금리를 통해 경제가 과열이나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조정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실업률 증가 없이 물가를 안정시키고 과도한 경기 둔화 없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연준 관계자들은 고용 시장이 여전히 강력하지만 일자리가 꾸준히 감소하고 실업률이 서서히 증가하면서 ‘전환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USB 그룹의 수석 미국 경제학자 조나단 핑글은 “FOMC 위원회 내부에 9월 금리를 낮추기 위한 강한 모멘텀이 있다”면서 “강력했던 고용 시장의 여러 영역에서 냉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가 둔화되는 가운데 오랜 기간 과열 상태였던 고용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실업률은 지난 3개월 동안 계속 증가해 지난 6월 4.1%에 도달했다. 여전히 낮지만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임금 상승세는 둔화됐고, 팬데믹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실업자 대비 일자리 수는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금리를 인하할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 시장이 이상적인 지점(sweet spot)에 와있지만 연준이 이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실업률 상승 위험이 더 크다”고 경고했다.
지난 10일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연준이 실업률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실업률이 악화되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는 이 같은 고용 시장 균열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라며 성급한 정책 결정을 경계했지만 “고용 시장이 지속적으로 약화하는 시점까지 가고 싶진 않다”면서 “그렇게 되면 상황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을 것”이라는 우려를 공유했다.
고용 냉각 배경은 ‘소비자 지출 둔화’
고용 시장의 수급 균형 회복은 높은 물가와 차입 비용 부담에 따른 소비자 지출 완화와 함께 나타나고 있다. 12개 중앙은행이 지역 사업 여건을 조사해 정리한 연준의 최신 베이지북(Beige Book)’에 따르면 지역 중 절반이 경제 활동의 정체나 감소를 겪었다. 또 지역 기업들은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연준 인사들은 입수 데이터를 종합해 통화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물가 둔화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실제로는 경제를 더 긴축하며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긴축을 하게 된다면 선택에 의한 긴축이어야지, 긴축을 기본값으로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리인하 변수는 ’11월 대선’
투자 시장은 이미 9월 금리인하를 거의 확신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금리인하 확률은 93%를 넘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러한 전망을 반영하면서 지난달 말부터 약 30bp 하락했다.
한편, 연준은 물가와 고용 위험 간 균형을 맞춰야 할 뿐 아니라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 앞선 정책 전환으로 정치적 논란을 사지 않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연준이 선거 전에 금리를 낮춰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 크레이머 공화당 상원의원도 “11월 전에는 어떤 정책 조치를 취하든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연준 인사들이 미리 입장을 밝히고 대중과 소통함으로써 통화정책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고 봤다. 대선 두 달 전, 정치적으로 상황이 복잡한 시기에 금리인하를 단행해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울프 리서치의 수석 경제학자 스테파니 로스는 “연준이 정치적인 상황을 우려하면서 대중에게 ‘실제 고용 둔화가 발생할 위험이 실재한다’는 점을 알리고자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연준 관계자들은 중앙은행은 정치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선거 일정과 상관 없이 경제에 가장 좋은 일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이달 초 의회에 제출한 반기 보고서에서는 특별 섹션을 통해 연준의 독립성과 투명성의 중요성을 다루기도 했다.
데일리 연은 총재는 “연준이 기관의 이중 책무에 더욱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은 지속 가능한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 가진 위험을 관리하며 두 가지 책무 모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