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 “최근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 확산, 국내 도입은 득보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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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토큰포스트

미국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연계 상품 도입은 ‘득보다 실’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해외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고찰’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 홍콩, 영국 등에서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거부하다가 작년 8월 그레이스케일 ETF에 대한 SEC의 상장규정 개정 불승인에 대해 법원이 취소 명령을 내리면서 올해 1월 10일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이 허용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승인 결정에는 “현물 ETF를 거래하려는 거래소와 가상자산 선물이 거래되는 제도권 거래소 간 시장감시공조약정이 유효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짚었다.

이미 시장감시공조약정이 체결돼 있었던 2022년 SEC는 ‘CME의 비트코인 거래 규모가 제한적이고 선물과 현물이 다른 상품인 만큼 상장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ETF 승인을 거부했지만, 그레이스케일 법원 명령 이후 비트코인 현물거래 가격거ㅣ CME 선물가격 간 높은 상관관계, 시장감시공조약정의 현물시장 사기·조작행위 방지 효과를 인정하며 입장을 바꿨다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승인 근거가 이더리움 현물 ETF에도 유효하게 작용하면서 SEC가 지난 5월 23일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를 위한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을 승인했으며 공시를 위한 S-1(증권신고서) 승인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 중인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올해 4월 15일 비트코인 현물 ETF와 함께 최초로 이더리움 현물 ETF 발행을 승인하고, 현금 거래만 허용한 미국과 달리 현물을 통한 설정·환매를 허용했다면서 “아시아 가상자산 시장의 중심이 되기 위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평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도 지난달 22일 런던증권거래소에 두 상품이 상장되는 것을 승인했지만 기관투자자에게만 한정적으로 허용했다고 밝혔다. 영국 당국이 신뢰할 만한 기초자산 평가의 부재, 높은 가격변동성, 투자자의 이해도 등을 이유로 2021년 1월부터 개인투자자에 대한 가상자산 관련 파생상품, ETF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에 대해 “금융투자자산의 확대보다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포섭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금, 원유 등 직접 거래가 어려운 원자재나 규제 등으로 인해 직접 투자의 편의성이 떨어지는 외화 ETF 등은 해당 자산에 대한 투자 접근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지만 개인투자자가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쉽게 거래할 수 있었던 만큼 “가상자산 기반 ETF가 투자가 어려운 자산에 대한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권 밖에서 거래되던 가상자산이 ETF라는 간접투자 방식을 통해 제도권 시장으로 들어오면서 이에 제도권의 규제와 투자자 보호 등이 적용됐다”면서 “특히 가상자산 현물 ETF는 관련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현물거래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회사의 적극적 투자 대상이 된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트코인 선물 ETF의 중개는 허용하고 현물 ETF의 발행이나 중개는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이 비트코인 현물이 아닌 비트코인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비트코인 선물 ETF 중개는 허용했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중개는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 금지라는 기존 방침’과 배치되며 ‘비트코인이 자본시장법의 ETF 기초자산 요건’을 위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 제4조 제10항에 따르면 ETF의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 신용위험, 그밖에 자연적·환경적·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하여 가격·이자율·지표·단위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도 비트코인 현물 ETF 등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발행 및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관련 도입 논의에 있어 도입 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해에 관한 충분한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시점에서는 도입을 통해 얻는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발행과 거래를 허용할 경우 투자자는 제도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관련 금융회사가 이익을 얻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 증대, 금융시장의 가상자산 관련 위험에 대한 노출 확대, 금융안정 저해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제도권 시장에서 가상자산 연계 상품이 거래되면 규제당국이 기초자산인 가상자산의 현·선물가격,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감시와 투자자 보호를 제공해야 하며, 관련 금융기관은 자본시장에 적용되는 법적 의무를 준수해야 하므로 투자자는 가상자산에 대해 보다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회사는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중개, 발행,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이익을 얻고 가상자산 기반 상품 개발과 운용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한편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도입은 가상자산 가격이 오를 때는 상당한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하여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높이고, 가격이 내려갈 때는 금융시장의 유동성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금융시장과 규제당국에 대한 신뢰를 감소시켜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우리나라 자본의 상당 부분이 기업 투자 등 미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투자 부문에서 가상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는데 특히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현물 ETF를 직접 운용하는 경우 가상자산 현물거래로 인해 국내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더욱 많이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연계 상품을 운용하거나 중개, 투자하는 금융회사를 통해 금융시장의 가상자산 관련 위험에 대한 노출이 확대될 수 있어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연계 상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 이에 투자한 연기금 등이 관련 포지션을 청산하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통 자산을 매각하여 전통 자산의 가격하락을 초래하는 등 위험이 금융시장에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개인투자자가 금융시장 메커니즘과 가상자산 등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채로 가상자산 연계 상품에 투자를 많이 할 경우 가상자산발 충격에 대해 펀드런 등이 발생하여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으며 적절한 투자자 보호가 시행되지 못한다면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급감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금융자산으로서 가상자산의 가치가 보다 명확하고 가상자산이 전통적 자산으로는 복제할 수 없는 손익(payoff)을 만들어낸다면 가상자산은 개인의 투자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좋은 가치저장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도 “가상자산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큰 현재 시점에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제도권으로 포섭하는 것은 시장참여자에게 가상자산이 검
증된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앞서 언급한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상자산 기반 ETF 관련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규제방안이 잘 마련되어야 하는데 가상자산의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는 현시점에서 가상자산이 투자자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충분한 규제방안과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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