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블록미디어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창립 제74주년 기념식에서 “섣부른 완화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비용은 훨씬 더 크다”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 기조 전환이 늦을 경우 내수 회복세 약화와 더불어 연체율 상승세 지속 등으로 인한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도 “반대로 너무 일찍 정책 기조를 전환할 경우에는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늦어지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지금, 이러한 상충관계를 고려한 섬세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천천히 서두름(Festina Lente)’의 원칙을 되새겨볼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 외 한은의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먼저 “계획했던 대로 8월부터 반기에서 분기 단위로 세분화된 경제전망을 발표하여 분석 능력을 제고하고 시장과의 소통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통위원의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전망의 개선 방안과 CD금리를 대신해 무위험지표금리(KOFR)를 준거로 하는 금융상품 거래 장려 등을 향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또한 한은 적격 담보 대출 범위의 대출채권 확대 방안과 함께 필요시 한은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그는 BIS 및 7개국 중앙은행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금융인프라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비기축통화국으로서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의 새로운 표준을 설정하는 초기 설계자로 좋은 기회”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통화정책에서 연구 영역으로의 역할 확대를 주장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하더라도 높은 물가수준은 계속해서 생계비 부담으로 남아있을 것이며, 이는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구조 개혁과 관련하여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 및 유관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우리나라 최고의 싱크탱크가 되어야 한다”면서 “국가 경제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책임감으로 구조 개혁 과제에 대해 제언하는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변화 모멘텀이 조직 문화로 깊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 기업혁신의 주체로 주목한 ‘똑똑한 이단아’는 한은에도 필요한 존재”라면서 ‘똑똑한 이단아’가 되어 한국은행의 혁신을 이끌어주길 당부했다.
이어 “‘한은사’에서 벗어나 ‘시끄러운 한은’으로 거듭나자는 것은 취임 때부터 밝혔던 포부”라면서 “지식의 소비자나 중개인에 머무르지 않고 각 분야의 프론티어에서 지식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이 과정에 수반되는 고통과 논란은 실력으로 이겨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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