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8년 만의 금리 인하…고민 깊어진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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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블록미디어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보다 경기가 양호하지만, 물가 하락세가 더디고,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유럽에 이어 곧바로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하기에는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ECB는 전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이사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4.5%에서 4.25%로 낮췄다. ECB가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제로(0) 기준금리 정책을 시작한 2016년 3월 이후 8년 3개월 만이다.

ECB는 통화 정책 자료에서 “9개월간 금리를 동결한 후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9월 회의 이후 물가상승률이 2.5%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인플레이션 전망도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각국은 연초부터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3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낮췄고, 스웨덴중앙은행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4%에서 3.75%로 인하했다. 5일에는 캐나다은행이 기준금리를 5.00%에서 4.75%로 떨어뜨렸다.

각국이 금리 인하에 나선 이유는 미국의 연내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도 성장에 무게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해야할 당위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마침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에서 연준의 9월 인하 예상은 70%대 웃돈다.

글로벌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ECB의 금리 인하로 각국 중앙은행의 각자도생 행보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영란은행(BOE)이 오는 20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우선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거론된다. 유로존의 기준금리는 이번 인하에도 4.25%로 3.5%인 우리나라보다 높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1.25%포인트로, 한·미 금리차(2%포인트)보다 낮아 자본 유출 우려가 덜하다.

물가 사정에서도 차이가 난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2022년 10월 10.6%에서 지난달에는 2.6%를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22년 6.5%를 고점으로 지난달 2.7%까지 내려온 상태로 유로존에 비해 하락세가 더디다는 평가다.

반면 경기는 호조세다.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해야할 당위성이 유럽보다 적다는 얘기다. 유로존의 1분기 성장률은 전기대비 0.3%로, 우리나라(1.3%)보다 크게 낮다. 유로화 준기축 통화라는 점에서 금리 인하에 따른 통화 약세 압력이 원화보다 작다는 시각도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유로존과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ECB의 6월 금리 인하에도 한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은 10월로 동일하게 본다”면서 “ECB가 7월에 연속으로 낮추지 않는 한 한은의 결정에 의미있는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혜영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ECB의 금리 인하는 2개월 전부터 예상됐다는 점에서 한은의 금리 영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미국보다 선제적 인하에 따른 환율과 증시 등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엿볼 수 있는 만큼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으로 4분기를 꼽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 우리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1분기 성장률과 원화 약세 영향으로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4분기로 전망했다. 5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보고서를 낸 해외 IB 7곳 중 4곳은 4분기 인하를 예상했다.

한은 역시 글로벌 각국의 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을 지켜본 후 신중하게 금리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미국 통화정책과의 탈동조화에 관한 질문에 “미국의 통화정책이 변함에 따라 환율 시장과 자본 이동성이 주는 영향,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면서 하반기 통화정책을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한은 자체 블로그의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 글에서는 하반기 통화정책에 대해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원칙을 언급하며 “통화정책이 조기 전환될 경우 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도 확대될 리스크가 있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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