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이 대세’…치솟는 외식물가에 유통가 식품판매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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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블록미디어

외식 부담 커지자 식재료·간편식·즉석조리 매출 ‘급증’

‘집밥족 잡기’ 경쟁 가열…이커머스에선 배송 전쟁 점화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생활 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유통업계의 식품 판매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부담 없는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과 즉석조리 상품이 온오프라인 시장 모두에서 큰 인기를 끈다.

1만원 지폐 한장으로 사 먹을 수 있는 외식 메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어 외식 물가 부담이 커지자 ‘집밥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통가에선 이런 집밥 수요를 잡기 위한 업체 간 판매와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 ‘외식은 피하자’…식재료·간편식·즉석조리 판매 ‘쑥’

27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2일까지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의 신선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늘었다. 즉석조리 식품을 판매하는 델리는 6%, 가정간편식은 5% 각각 매출이 증가했다.

홈플러스도 온라인 기준으로 1∼3월 판매된 신선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가정간편식은 20% 각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이점이 있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식품 매출 성장세도 눈부시다.

지난 1∼5월 기준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 G마켓의 장보기 서비스 전문관인 ‘스마일프레시’의 신선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나 늘었다.

품목별 매출 증가율을 보면 잎줄기채소가 84%로 가장 높았고 버섯·나물류 62%, 닭고기·달걀 51%, 견과류 48%, 생선·뿌리채소 각 38%, 잡곡·혼합곡 35%, 김치 34% 등이다.

같은 기간 SSG닷컴에서는 김밥과 샌드위치 등의 즉석 조리식품과 가정간편식 매출이 나란히 40%씩 증가했다.

지난해 2월 선보인 11번가 장보기 서비스 ‘신선밥상’도 지난 2∼4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 급증하며 전체 플랫폼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자 노릇을 했다.

올해 신선밥상은 매달 매출이 전달 대비 10∼20%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식품이 주력인 컬리는 올해 1분기 신선·가공식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창사 이래 첫 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이마트의 ‘가격파격’, ‘가격 역주행’, 홈플러스의 ‘물가 안정 프로젝트’, G마켓의 ‘빅스마일데이’ 등 유통업체들이 다양하게 펼치는 할인 이벤트도 이런 식품 매출에 날개를 달아줬다.

◇ ‘한 끼 1만원도 빠듯’…신선식품·간편식, 외식물가 부담에 반사이익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신선식품과 간편식이 인기를 끄는 것은 고공행진 하는 외식 물가 영향이 크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2.9%)보다 0.1%포인트 높았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도는 현상이 2021년 6월 이후 35개월째 이어진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지난달 서울 기준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메뉴 가운데 1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김밥(평균 3천362원)과 자장면(7천146원), 김치찌개 백반(8천115원), 칼국수(9천154원) 등 4개뿐이다.

비빔밥(1만769원), 냉면(1만1천692원), 삼계탕(1만6천885원), 삼겹살(1만9천981원) 등은 1만원 선을 넘은 지 오래다.

한 이커머스업체 관계자는 “최근 식재료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외식 물가에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체 실적 집계에서도 식품 매출 성장세는 도드라진다.

올해 2월과 3월 대형마트 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각각 29.5%, 10.7%로 늘어 상품군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3월에는 대형마트에서 모든 비식품군 상품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식품만큼은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도 올해 1∼3월 월별 식품 매출 증가율이 10% 안팎으로 -5∼5%대를 오간 비식품군을 압도했다. 온라인 식품 매출도 매달 20∼30%대로 늘어 전 상품군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백화점 식품 구매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백화점에서 식품은 지난 2월 40%대의 매출 증가율로 전 상품군 중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3월에도 11.2%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 ‘집밥족 잡자’…이커머스 배송 경쟁 점화

식품 매출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소비자들을 유인하려는 유통업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업계에선 식품군 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빠른 배송 경쟁력을 갖추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G마켓은 지난 3월 신선·가공식품에 특화한 스마일배송 저온 물류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에 따라 평일 오후 6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해주는 냉동 식품군이 한층 넓어졌다.

G마켓은 올해 하반기에는 이를 냉장 식품으로 확대해 익일 스마일배송이 가능한 냉동·냉장식품 상품 수를 올해 안에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SSG닷컴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은 간판 배송 서비스인 ‘쓱배송’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사이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해 배송받을 수 있다.

오후 2시까지 주문하면 최소 3시간 뒤부터 그날 수령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주문이 많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 오후 7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오후 9시부터 자정 사이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심야배송 ‘쓱배송 투나잇’ 서비스를 도입했다.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자체 콜드체인(냉장·냉동 유통) 배송망을 구축하는 등 배송 범위도 넓혔다.

신선 식품을 주문 1∼2시간 이내에 고객 집 앞으로 배송하는 ‘퀵커머스’ 경쟁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퀵커머스시장은 전국에 산재한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일찌감치 사업 영역을 구축한 GS리테일, 홈플러스에 컬리가 도전장을 내밀며 ‘3자 경쟁 체제’로 가는 양상이다.

컬리는 ‘컬리나우’라는 이름으로 다음 달 중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일대에서 시범적으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개시한다.

오후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상품을 배송해주는 ‘샛별배송’에 더해 신속 배송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컬리는 이를 위해 젊은 층 거주 비중이 높은 아파트 대단지가 밀집한 북가좌동에 상품을 집품·포장·배송하는 PP센터를 확보했다. 애초 규모가 더 큰 도심형 물류센터(MFC)를 구상했으나 수요를 확인하는 시범 서비스인 만큼 규모를 조금 줄여 시작하기로 했다.

컬리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낮 시간대 식품을 주문해 바로 먹으려는 퀵커머스 수요가 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범 서비스를 통해 사업성이 확인되면 강남 등으로 대상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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