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블록미디어
반면 주요국 경기 침체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위기 확대 및 장기화로 자칫 새로운 둔화 국면에 직면하게 될 우려도 있다는 분석이다.
KEIP는 2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 세계경제전망(업데이트)’을 발표했다. 전망에 따르면 KEIP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수정 경제전망(2.8%)보다 0.2%포인트(p) 높였다.
이시욱 KEIP 원장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면서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고 여기에 인도 경제가 고성장을 기록하고 중국 경제도 당초 전망보다는 다소 개선될 것을 예상한다”며 “그럼에도 세계경제 성장률이 소폭 상향 조정에 그친 것은 유로 지역, 일본 등 여타 선진권 경제의 성장세가 당초 전망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2일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3.1%로 높였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지난 2월 보고서 전망치(3.0%)보다 0.2%p 상향 조정한 3.2%로 봤다.
◆”美 강한 회복세 완만해질 것…신흥국 대조적 흐름”
KEIP는 특히 올해 주요 선진국 가운데 미국의 강한 회복세가 완만해지는 한편 유럽과 일본 경제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봤다.
정영식 KEIP 국세거시금융실장은 “핵심은 미국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인도과 중국은 당초 성장세 둔화예상 폭보다는 완만한 형태로 (성장둔화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유로 지역 경제 자체가 전체적으로 더 부진하다”며 “일본경제도 상대적으로 예상보다는 부진한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은 예상보다 강건한 소비지출, 민간투자 회복, 정부지출 등이 성장의 주요 축을 담당하면서 올해 2.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전 전망치 대비 0.9%p 상향 조정된 수치다.
이와 반면 유로와 일본의 성장률은 종전 전망치 대비 각각 0.4%p, 0.1%p 하향 조정했다. 유로는 낮은 수준의 투자와 해당 지역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 경제의 부진으로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일본도 내수의 완만한 회복세에도 지난해 높은 성장을 견인했던 수출입 부문 기여도의 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올해는 0.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신흥국은 올해 인도의 강한 성장세와 중국을 비롯한 여타 신흥국의 완만한 경기가 대조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중국 정부는 5% 내외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했지만 시장의 낮은 기대와 지속적인 경제 리스크, 대외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4.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는 정부 및 민간 투자 확대와 소비 회복으로 6.8%의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 대비 0.6%p 상향 조정된 성장률 전망치다.
아세안(ASEAN) 5개국은 대외수요 회복, 관광 증가, 정부지출 확대 또는 정상화, 인프라 프로젝트 추진 등의 긍정적 요인으로 4.5%의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러시아는 전시 상황 장기화에 따른 뉴노멀(New Normal)에 적응하면서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3.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봤고, 브라질은 고금리와 저조한 농산물 작황으로 1.8%의 성장이 예상된다.
◆”美금리 인하 지연 경제충격 우려…트럼프 당선 시 파장 커”
KEIP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더 미뤄질 수 있어 미국과 여타 국가의 금리차 확대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영식 실장은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하고, 완만하게 진행되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고 이게 고금리의 장기화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지금 현재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다소 진정 국면에 있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고, 여기에 소비자 대출의 부실 위험이 미국을 중심으로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특히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미국과 여타국 간의 금리 격차 확대로 경제적인 충격이 우려가 된다”며 “구체적으로 글로벌 자금 유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고 여기에 외채가 많은 신흥국의 경우에는 부도 위험도 높아지는 그런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KEIP는 미국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경우 달러 강세와 자본 쏠림 심화가 지속되면서 미국에도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으로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 달러 강세가 되면 미국 내 통화량 증가로 인플레이션의 추가적 압력이 발생하고 유동성 과잉으로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해 ‘버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상품과 서비스의 대외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이 증가, 무역수지 적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미국 이자율 상승의 충격은 신흥국 장기금리를 상승시키고 국가부도 위험을 높이며 자본의 유출을 초래할 수 있고 실물 부문에서는 통화 약세로 대미 수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으나 국내적으로 소비와 투자 위축을 가져올 우려가 높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올해는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선거가 열리는 해로, 선거 결과에 따라 대중영합주의적 경제정책이 대거 도입될 경우 세계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라고도 봤다.
KEIP는 가장 주목할 것은 미국의 선거 결과와 미·중 갈등의 전개 양상으로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다시 한 번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추가적인 대중 관세 인상이나 범위 확대에 그치지 않고 미국 우선주의 강화로 동맹국과 비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여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세계 교역과 생산,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KEIP는 “그 외에도 러시아의 푸틴은 30년 독재를 확정지었고 6월에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주의 세력의 약진이 예상되는 등 주요 선거 결과가 자국 중심주의를 초래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세계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중동 리스크에 국제유가 예측 어려워…완만한 하향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여전히 위험요인이라고 꼽았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유가와 원자재 가격 파동으로 이어지면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재발과 경기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지난 4월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까지 가세하며 유가가 90 달러 이상으로 오르는 등 유가 충격은 세계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으며 이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정 실장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 실제로 글로벌 해상의 운송에 차질이 실제로 빚어졌고 지금은 그 부분이 조금 진정되기는 했지만 국제유가도 급등하는 이런 공급 충격을 발생시킬 수 있는 리스크”라며 “이런 공급 충격은 인플레이션 압력, 그나마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진정되는 이 국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이고 교역의 감소, 자원 수입국의 어떤 경제적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KEIP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이란의 금수조치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국제유가는 쉽게 100 달러를 돌파할 수 있어 이 경우 유가 부담과 글로벌 원유 공급 부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세계경제는 다시금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 실장은 “(국제유가는) 전반적으로 현 수준 전후에서 등락이 예상된다”며 “굉장히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전망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저희 연구진에서 보는 기조적인 흐름은 중동 리스크를 제외할 경우에는 70 달러, 배럴당 90 달러 이 구간에서 박스권에서 이게 움직이다가 장기적으로는 완만한 하향세를 보일 것으로 그렇게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 추세는 전반적인 성장세가 아주 큰 폭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과 함께 전기차 생산의 확대라든지 에너지 효율의 확대 이런 걸로 인한 수요의 성장 둔화와 함께 생산 증대가 맞물려서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