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은 어떻게 일본 국민메신저가 됐나[사이다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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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블록미디어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핫라인 메신저로 현지인 감성 파고들어
브라운·무니 등 캐릭터로 현지화 전략 인기비결
태국·대만도 왓츠앱·위챗 경쟁 제치고 시장 선점

라인은 국내 대표 IT기업 네이버가 개발한 메신저입니다.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야후 CPO(최고상품책임자)가 개발을 전두지휘했습니다. 신 CPO는 카이스트를 졸업한 후 네이버가 투자한 검색엔진 ‘첫눈’  핵심 개발자였고, 일본에 파견돼 기존 게임 위주의 일본 사업을 검색·블로그 등으로 확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그리고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며 모바일 시대가 열리자 라인 개발을 맡았습니다.

라인은 10년간 도전과 실패를 반복했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글로벌 진출 꿈이 담겨 있었고 처음부터 해외시장, 특히 일본을 먼저 공략해나갔습니다.

◆대지진에 통신 두절…네이버 ‘라인’ 日 핫라인으로 부상

라인이 출시되기 3개월 전인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재해로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터졌습니다. 당시 일본에선 PC통신, 문자 메시지, 전화 등 기존 커뮤니케이션이 두절됐습니다. 친구나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최악의 혼란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를 지켜본 네이버는 라인의 서비스 방향을 ‘지인 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전환하는 신의 한수를 둡니다.

전화번호를 인증키로 사용해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당시 일본 국민들에게 획기적으로 다가갔습니다. 통화요금이 무척 비싼 일본에서 라인의 무료 메시지, 무료 음성통화 기능은 큰 호응을 얻었죠. 명함이나 e메일을 주고받는 대신 라인 아이디를 교환하는 일도 일상이 됐습니다.

라인의 성공신화에는 ‘캐릭터’ 역할이 컸습니다. 아기자기한 그림문자로 감정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을 공략해 문자 대신 그림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스티커’가 한몫했습니다.  브라운, 코니 등 라인의 대표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었고 유료 스티커는 매출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이같은 인기에 힘 입어 라인은 출시 1년 1개월 만에 가입자 5000만명을 돌파한 이후 6개월 후인 2013년 1월 1억명을 돌파했습니다. 한국 최대 메신저인 ‘카카오톡’보다 빠른 성장세입니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 주도 아래 2013년 라인의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한 ‘라인플러스’를 설립하고 NHN재팬을 라인주식회사로 분할한 뒤 라인을 일본 자회사에서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라인이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 첨병이 된 것입니다.

지난 2013년 11월, 라인 글로벌 가입자 수는 3억명을 돌파합니다. 이를 기념해 일본 라인 본사에서 열린 기념식에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이해진 창업자가 12년 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해 “지난 5년간 일본 사업이 잘 안돼서 나서질 못했다”며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는 마음으로 지냈다“고 말하며 세계 1위 메신저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라인은 일본을 넘어 대만, 태국, 유럽 등 해외 영토 확장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2014년에는 라인 가입자가 5억명에 육박했습니다. 이후부터는 라인이 누적 가입자 수보다 MAU(월간활성화이용자수)를 지표로 세웠고 2019년 일본에서만 8000만명 MAU, 대만-태국-인도네시아 MAU가 1억6000만명에 달했습니다.

라인은 메신저를 넘어 간편결제, 인터넷은행, 증권, 암호화폐와 같은 핀테크 사업을 시작으로, 트래블, 뉴스, 라이브, 뮤직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함께 커머스, 마케팅 솔루션, 인공지능(AI) 검색 기능도 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모바일 시장 초기 글로벌 진출…’캐릭터’ 인기 힘 입어 대만·태국도 1위 선점

일본이 아닌 태국, 대만 등에서는 라인이 어떻게 국민 메신저가 됐을까요. 라인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따른 선점 효과와 일본에서 흥행시킨 ‘캐릭터’ 인기가 번진 덕분입니다. 네이버는 이후 캐릭터 사업을 ‘라인 프렌즈’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친일본적 성향이 강한 대만, 태국 국민 감정도 한몫했다고 합니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한 시장을 선점한 특정 메신저 서비스를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선점 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라인이 일본, 대만, 태국 국민 메신저 안착은 성공했지만 왓츠앱, 위챗 등 글로벌 메신저 전쟁에 밀려 남미, 유럽 등 다른 시장에서 밀려난 이유입니다. 라인이 이미 카카오의 ‘카카오톡’이 선점한 한국 시장에 힘을 빼지 않은 배경도 이 때문이죠.

이어 지난 2019년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손 잡고 일본 인터넷 업계 강자인 야후재팬과 라인의 경영 통합을 결정하며 글로벌 IT 공룡에 맞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이를 계기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 지분을 각각 50%씩 나눠 가졌고, 현재 A홀딩스는 라인야후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어 지난해 라인과 야후재팬 경영통합으로 일본 내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해졌고요. 라인은 현재 우리나라 카카오톡처럼 메시지와 음성통화를 넘어 오픈채팅, 동영상, 지갑, 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들어가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공과금을 납부거나 행정 수속의 신청·결제 등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업무까지 라인페이가 담당할 정도로 국민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라인닥터’는 온라인 진료 서비스를, 기업용 업무 협업 도구 ‘라인웍스’도 일본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사용하고 있구요.

즉, 라인은 일본 국가·사회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사실상 ‘공공재’와 가까운 역할은 한다는 것입니다. 라인이 없으면 일본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처럼 네이버가 피와 땀을 흘려 글로벌 시장에서 키워낸 ‘라인’은 중대 기로에 서있습니다. 네이버는 A홀딩스 지분 조정에 대한 협상을 소프트뱅크와 진행 중입니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발생한 라인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빌미로 두 차례의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주사 지분 매각과 위탁 업무 종료를 요구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단순 IT서비스를 넘어 행정업무까지 담당하며 전국민 의존도가 높은 라인을 한국 기업이 만들었고 데이터도 한국에서 관리된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전세계가 초거대 AI 경쟁의 핵심 데이터인 자국 플랫폼을 육성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라인을 완전한 자국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은 야욕도 담겼겠죠.

일단 한국 정부 조력으로 7월1일까지 라인야후가 일본 총무성에 제출해야 하는 행정지도 보고서에 지분 매각 내용을 빠질 예정인 만큼 네이버가 시간을 벌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여전히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제 소프트뱅크와 협상은 네이버 손에 달렸지만,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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