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블록미디어
환율 1400원·금 온스당 2400달러 넘겨
중동 위기 고조·美 금리 인하 지연
원·달러 1440원·금 3000달러 전망도
2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는 직전일 대비 9.3원 오른 1382.2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환율은 연준 인사의 매파적 발언과 이스라엘의 이란 본토 타격 소식에 장중 20원 가까이 치솟으며 한때 1392.9원까지 올랐다.
지난 16일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역대 4번째로 1400원을 터치하기도 한 원·달러는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까지 나서 환율 급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자 잠시 숨고르기에 나섰지만, 사흘만에 다시 치솟으며 상승 반전했다.
환율 상승 원인으로는 크게 중동 전쟁 확전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 지연이 꼽힌다. 외신에 따르면 전날 이스라엘 미사일이 이란 영토를 타격했다. 오후 들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제한적이라는 소식에 낙폭을 줄였지만, 지정학적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견조한 미국 경기와 인플레이션 우려도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을 후퇴시키며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대비 3.5%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자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내년으로 미룰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금값도 들썩인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물 금가격은 온스당 2407.80달러에 마감해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2400달러를 넘겼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19일 금 1돈(3.75g) 가격은 45만6000원을 기록했다. 2월 말만해도 금 1돈값은 37만원 수준이었다.
금값이 가파르게 뛰자 금 관련 상품 투자도 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계좌 수는 17일 기준 25만6403좌로 지난해 12월보다 5458좌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만 1293좌가 늘어났다. 골드뱅킹은 은행이 입금액에 해당하는 금을 국제 시세에 맞춰 금 무게로 환산해 적립하는 상품이다.
금값 급등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글로벌 각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해진 결과다. 화폐 가치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금 매입으로 헷지(위험 분산)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위기 고조에 원유 공급 불안이 더해지며 브렌트유는 90달러까지 뛰며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매수세도 금값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지난달 말 금 보유량은 7274만 온스로 전월보다 16만 온스 늘어났다. 2022년 11월 후 17개월 연속 증가다. 달러 패권 저항을 위해 중국이 미국채를 줄이고 대신 금을 꾸준히 사들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불확실성에 당분간 안전자산 수요가 높아지고, 국제유가 등 원자재 인플레이션 우려에 한동안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JP모건은 금값이 연내 온스당 2500달러까지, 씨티은행은 18개월 내에 온스당 3000달러까지 도달할 것으로 봤다.
NH투자증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금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인 온스당 26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강화와 중국 중심의 금 보유 확대가 이유다. 최근 준기축통화를 대신해 달러와 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환율 역시 1400원대 재진입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시각이 높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1400원 상회는 펀더멘털 감안 시 과도하고, 당국 개입도 활발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중동 리스크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원화의 추가 약세는 불가피하다”며 연내 고점으로 1420원을 제시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 리스크가 확대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도 이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당국이 개입에 따라 1400원에서 저항을 받겠지만, 연내 1440원대 터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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