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토큰포스트
한국은행의 CBDC 활용성 테스트 사업의 추진 배경 가운데 하나로 토큰경제 발전을 뒷받침할 ‘토큰화된 지급수단’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한국은행 성준이 팀장은 18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개최한 ‘2024 블록체인 밋업(Meetup) 컨퍼런스’에서 ‘CBDC, 거래의 폭을 넓히다’라는 제목의 두 번째 세션에서 ‘CBDC 활용성 테스트 사업 추진 계획’을 공유하며 이 같이 밝혔다.
성 팀장은 “올해 11월이나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일반 이용자 10만명이 참여하는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국내 지급결제 인프라 시장이 굳건하지만 토큰증권 육성과 토큰경제 발전을 위해 토큰화된 지급수단이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화폐 부문에서는 토큰화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부문에서 처음 제안한 ‘새로운 그릇’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자산에 대한 거래기록(DB)와 자산 이전 규칙 및 로직(RULES AND LOGIC)을 통합한 그릇으로, 중앙은행은 이를 프로그래밍 가능성(programmability)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시스템은 은행들이 전문 형태의 데이터를 송수신하고 각 원장에 반영하는 구조로,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이 분리돼 있지만, 여러 노드가 데이터를 공유하고 변경 내용을 동기화하는 ‘분산원장’은 어느 노드에서나 동일한 데이터를 볼 수 있어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별도의 비즈니스 로직 없이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즉시성, 투명성, 자동화라는 장점을 가진다고 밝혔다.
CBDC 논의가 시작된 건 비트코인 등장 이후지만 2019년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 가능성을 제기하며 CBDC 연구에 불을 붙였다고 밝혔다. 경제의 디지털 전환, 현금 이용 감소 추세 등과 함께 페이팔의 PYUSD와 같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통화주권 침해 우려는 계속해서 CBDC 연구 동기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세계 CBDC를 연구하는 중앙은행은 90%에 달한다면서 일부 신흥국은 CBDC를 공식 도입했지만 주요국은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리지아는 e나이라를 도입했지만 아직 채택이 저조하고 중동 지역에서 가장 활발히 CBDC 연구가 이뤄지지만, 기축통화국 미국, 유럽이 연구 중심축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CBDC는 현금에 가까운 ‘범용 CBDC’과 당좌예금, 지급준비금에 해당되는 ‘기관용 CBDC’로 구분되는 데 한국은행은 2020년 이후 범용 CBDC에 대한 다각적 연구를 추진했다면서, 온라인 CBDC의 전 과정 테스트, 오프라인 CBDC를 위한 IC 카드 구현 등 범용 CBDC 연구경험을 통해 실질적인 지식을 획득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범용 CBDC를 연구하면서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지급결제 시스템이 발달된 한국에서 CBDC가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고, 은행 탈중개화, 뱅크런, 은행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중앙은행이 국민 거래 내역을 보유하는 ‘빅브라더’ 문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프로그래밍 기능이 적용을 통해 서로 다른 조건이 부여된 CBDC가 동일한 가치를 전달할지의 문제도 제기됐다”면서 화폐의 단일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실제 도입을 위해서는 주요국 상황을 고려하고 사회적 합의 전제로 한 기술적, 제도적 준비가 요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반드시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되는 것은 아니며 비트코인 채택, 화폐 단위나 가치의 변동성 등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범용 CBDC 연구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작년부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기관용 CBDC 생태계를 시범 구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거래 테스트에서 한국은행은 CBDC 시스템에서 은행만 보유할 수 있는 기관용 결제 자산에 해당하는 ‘CBDC’를 발행하며 일반은행이 이를 통해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예금토큰(I형 통화)’을 발행하게 된다.
성 팀장은 “테스트에서는 실제 경제적 가치를 지닌 토큰이 발행되며, 예금토큰이 에어드랍처럼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보유 예금이 토큰 형태로 환전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예금토큰은 기존 예금과 동일한 설계 모델과 동일한 이체 매커니즘을 가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은행 내 고객 간에 이뤄지는 ‘자행 이체’는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처럼 소유권이 이전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타행 이체는 송금 은행 토큰이 소각되고 수신 은행 토큰이 신규 발행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예금과 동일하게 설계한 이유에 대해서는 “금융 인프라 변경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를 개발하기 위해 엔진을 바꾸는 것과 같다”면서 “엔진이 바뀜녀 결국 모든 개발 과정이 다 조정돼야 하겠지만, 현재는 (전기차로 보면) 도로주행 테스트 단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법제도에 맞게 기존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금융 부문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스마트 컨트랙트, 프로그래밍 레이어의 유용성과 활용 사례도 시험해볼 계획이다.
CBDC 시스템에서 기관용 CBDC를 100% 담보해 발행되는 ‘이머니토큰(II형 토큰)’과 II형 통화를 기반해 외부 연계 시스템에서 발행되는 ‘특수지급토큰(III형 토큰)’에 대한 가상실험도 진행된다. II형 토큰은 법화 준거형 스테이블코인, 은행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으로 소개됐다. III형 토큰은 특정 디지털 자산 거래에만 사용되는 특수지급 목적 토큰으로, 탄소배출권 유통 기술 실험과 같은 서브 실험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은행이 공동 개최한 이번 행사는 ‘블록체인, 그리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라는 주제로 서울 섬유센터에서 진행됐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투명하고 안전한 디지털 환경 조성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혁신 금융 시대로의 진입을 위해 준비하며 블록체인 기술과 CBDC의 현재와 미래를 깊이 있게 조망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