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블록미디어
채굴자 손실 우려에 시장도 ‘움찔’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7조 풀릴 수도”
16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 보고서 등에 따르면 가상자산 채굴업체들은 오는 20일 예정된 반감기를 기점으로 연간 100억달러(14조원) 규모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상 4번째인 이번 반감기를 거치면서 하루에 채굴될 수 있는 비트코인 수가 900개에서 450개로 준 경우를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체굴업체들의 수익성 약화는 예상됐던 일이다. 통상 비트코인 공급량이 줄면 채굴 보상도 함께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트코인 공급량 감소는 채굴 난도도 높인다. 채굴하기가 어려워질수록 채굴업자들의 채산성은 떨어진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세 번째 반감기 이후 현재까지 비트코인 채굴 난도는 6배가량 상승했다. 또 최근에는 반감기가 임박해 채굴 난이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로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반감기는 채굴자 채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비트코인 생산 비용을 높일 수 있다”며 “과거 비트코인 생산 비용 상승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반감기에 따른 손실이 더욱 우려되는 요인은 따로 있다. 이전 반감기 때와 달리 급부상한 인공지능(AI) 업체들과의 전력 확보 경쟁이다.
비트코인 채굴은 다수의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이 많다. 이에 그간 채굴 업계는 전력 업체와 다년 계약을 맺고 고정된 값에 전력을 공급받아 왔다.
그러나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앞다퉈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면서 채굴업계 관행에 차질이 생겼다. 이들이 채굴업체가 지불했던 수준의 3~4배를 기꺼이 부담하며 전력 가격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번스타인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급성장 중인 AI 산업 역시 전력 사용량이 많은 분야”라며 “비트코인 채굴 산업과 AI 산업 모두 텍사스처럼 에너지 가격이 저렴하고 토지가 넓은 지역을 모색 중이다. 이들 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도 비상…”채굴자들, 반감기 이후 7조 청산 가능”
가상자산 시장도 이같은 채굴업계 상황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반감기 이후 채굴업자들이 대규모 매도를 단행할 것이란 걱정에서다. 일반적으로 채굴업자들의 매도세는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된다. 특히 최근 중동 위기로 짙어진 하락세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비관까지 나온다.
주앙 웨드슨 크립토퀀트 분석가는 “채굴업자들의 입출금은 가격 변화의 전조증상을 나타낸다”며 “이들이 반감기를 앞두고 현금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매도 압력 증가에 따른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마커스 틸렌 10x 리서치 설립자는 “우리 계산에 따르면 채굴업자들은 반감기 이후 50억달러(6조955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청산할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한 매물 과잉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이 최대 6개월간 횡보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수요 증가로 이번 반감기가 더 큰 폭발력을 가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스위스 기반 가상자산 운용사이자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사 중 한 곳인 21쉐어스는 “비트코인이 이전 사이클에서는 모두 반감기 이후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이번 사이클에서는 반감기 전부터 신고가를 경신했다”며 “이는 지난 3번의 반감기 때와는 다른 시장 역학”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물 ETF 출시로 인한 수요 급증과 반감기 등이 맞물리면 이전 사이클보다 강한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비트코인 반감기는 4년에 한 번씩 자동으로 발생한다. 이는 익명의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설계한 내용이다.
비트코인은 통상 반감기 전 6개월 동안 평균 61% 상승했으며, 반감기 이후 6개월 동안은 평균 348%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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