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블록미디어
원화·위안화 동시 약세…수출 경쟁력 큰 영향 없어
3월 수출 6개월 연속 증가세…무역·경상수지 흑자
달러강세와 국제유가 고공행진은 물가에 이중부담
3일(현지시간) 마감한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0.07% 내린 달러당 151.59엔을 기록했다. 전일(151.70) 보다 소폭 내렸으나 장 초반 저항선인 152엔을 목전까지 위협하는 151.90엔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달러당 152엔을 일본정부와 일본은행(BOJ)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게 만드는 ‘인계철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일본 정부와 BOJ의 최근 환율 상황에 대한 개입 여부를 당장 확인할 수는 없으나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2엔을 넘은 것은 1990년이 마지막이다.
특히 이같은 엔저는 지난달 BOJ가 금리인상으로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음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이며 장기화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통화전략 책임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인하를 하지 않을 경우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0엔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엔저 기조는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원·엔 환율이 서울과 도쿄 외환시장에서 기준환율인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을 비교해 계산해 낸 ‘재정 환율’이듯 최근 엔저를 단순히 원화(한국 경제)와 엔화(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 직접 설명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엔저로 가장 우려되는 우리 수출에는 당장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위안화, 일본의 엔화, 한국의 원화가 최근 달러화에 대해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수출에서 가격경쟁력을 의미하는 교역조건에서 3국 통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떤 나라가 더 수출에 유리한 지에 대해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달러화대비 한중일 3국 통화의 동조 약세 현상에 차이가 벌어지는 디커플링 현상이 일어나면 달러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욱 약세를 보인 통화의 국가에서 만드는 제품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수출에 도움을 받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3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우리 수출은 작년보다 3.1% 증가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핵심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117억달러로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으며 5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했다. 이에 따라 3월 무역수지도 42억8000만달러 흑자로 10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2월 경상수지도 흑자가 전월 30억5000만달러에 이어 10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엔저의 또다른 의미인 달러 강세는 우리 물가에 부정적이다. 수입물가 상승세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로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원·달러 환율 상승) 같은 수량을 사더라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원유·곡물가 등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을 안게 된다는 의미다. 이미 국내 3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3.1%로 지난 2월(3.1%)에 이어 3%대를 이어가고 있는데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더욱 오르면 물가에는 치명적이다. 시장에서는 대체적으로 현재 수준인 달러당 1350원 환율이 연준이 금리인하를 더욱 늦추게 되면 1350~1400원대 사이에서 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국제유가가 최근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악재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 3일 장중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기까지 했다. 유가와 달러강세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우리 수입물가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틀째 하락하면서 1347.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달러당 1350대를 넘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날보다 5.4원 내린 1,343.5원으로 개장한 뒤 낙폭을 줄여 종일 횡보했다. 시장에서는 다음날 있을 미 고용지표의 발표를 앞두고 시장이 대기상태에 들어갔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