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1일부터 가상자산 거래소 허가제를 시행하며 가상자산 시장을 개방한다. 관련 업계에선 가상자산을 향한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엿보인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 3월 17일 라이선스를 취득한 가상자산 거래소에 한해 6월 1일부터 영업을 허용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허가제를 발표했다.
증선위는 가상자산 상장 조건으로 두 개 이상 가상자산 지표를 확인하고, 일반투자자가 거래하기 적합해야 한다는 것을 내세웠다. 이에 비트코인, 이더리움처럼 시가총액이 크고 잘 알려진 가상자산에 한해 거래가 이뤄질 거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증선위는 또 가상자산사업자는 상장 가상자산 대상 실사 수행를 하고 증권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은 유통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홍콩 가상자산 거래소 허가제 등록 절차는 기관투자자와 전문투자자 대상 허가제, 개인투자자 대상 허가제로 구분된다.
현재까지 기관 투자자 및 적격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전문 라이선스는 OSL, 해시키 프로 등 몇몇 업체들이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득 업체들도 대부분 단독으로 라이선스를 얻은 것이 아니라 홍콩 전통 금융 기관 등과 협력해 취득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은 가상자산 규제에 계속해서 업계 친화적인 기조를 취하고 있다. 지난 2월 홍콩특별행정구는 웹3 부문에 5000만홍콩달러(약83억원) 예산을 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폴 찬 홍콩 재무부장관은 “웹3 생태계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5000만홍콩달러를 투입할 것”이라며 “가상자산은 변화하는 웹3 생태계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도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TF에는 관련 정책 부서, 금융 전문가, 시장 참여자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또 지난 4월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라이선스를 취득한 홍콩 내 가상자산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은행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해시키 그룹과 OSL에 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홍콩 ZA은행은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을 발표했다.
ZA은행은 홍콩 거래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에 한해 계좌를 발급하고 현금 인출을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 OKX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16개 주요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홍콩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출시했다.
그 외 OKX, 후오비, 비트겟 등 가상자산 거래소와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등 약 80곳 기업들이 홍콩 진출을 위해 가상자산사업자 허가제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2대 보험사인 중국 국영보험사는 지난 4월 홍콩에서 가상자산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국영보험사에서 출시하는 펀드 상품은 초기 블록체인 프로젝트 투자와 지분증명 가상자산 관련 편드가 될 전망이다.
같은 달 홍콩 법원에서는 홍콩 가상자산 거래소 게이트코인과 관련한 소송에서 가상자산을 신탁할 수 있는 재산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홍콩 가상자산 보유 기업들 가상자산 청산 절차가 명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홍콩 시장 상황에 대해 “가상자산사업자 입장에서는 법정 화폐를 연계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어 시장 유동성이 훨씬 풍부해질 뿐만 아니라, 규제 불확실성 우려가 제거돼 전통 금융기관이 대거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투자자 역시 자금 탈취 등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된 이전에 비해 법적으로 투자자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반면 일각에선 홍콩 규제 당국 행보에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월 더블록은 “홍콩 규제 당국은 거래소가 일반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토큰과 서비스에 제한을 두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시가총액이 큰 종류만 서비스 가능하도록 할 것이며, 고객 자산 98%를 콜드 스토리지에 보관해야한다는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사업자들에게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 쟁글은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거래량 중 약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 자금 유입 효과에는 큰 저해요소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나, 신규 프로젝트 상장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는 거래소 사업자에게는 사용자 유입에 큰 제한 사항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당국 행보로 미국에선 가상자산 패권을 중국에 빼앗길 거란 우려도 일부 업체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대표는 30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중국이 미국 가상자산 규제 강화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이 새로운 가상자산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홍콩 가상자산 허가제 시행이 중국으로 확대될지도 관심사다. 중국이 지난 2021년 가상자산 채굴, 거래를 전면 금지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중의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점유율은 2021년 12월 기준 21%를 기록하며 미국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