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블록미디어
◆시총 3위 바이오 대장주 장중 급락…코스닥 지수 ‘출렁’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 시장에서 HLB는 3100원(3.10%) 하락한 9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강보합권에서 출발한 HLB는 오전 10시40분께 10만4300원까지 오르며 4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으나 오후 1시를 지나며 급락하기 시작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오후 1시10분 1% 가량 상승세를 유지하던 주가는 약 5분 뒤인 오후 1시15분에는 낙폭을 15% 넘게 키우며 8만4300원까지 미끄러졌다. 13조원을 훌쩍 웃돌던 시가총액은 순식간에 11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5분 사이 시총이 2조원 넘게 증발한 것이다.
코스닥 바이오 대장주인 HLB의 급락은 업종 전반에 연쇄적으로 타격을 줬다. 알테오젠, 셀트리온제약, 휴젤 등 다른 코스닥 바이오 대형주들도 오후 1시20분을 전후로 고점을 기록한 뒤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렸다.
HLB의 급락은 코스닥 지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수는 전날 강보합권에서 출발했으나 오후 1시10분께 하락 전환해 낙폭을 1% 가까이 키우기도 했다. 이후 HLB가 충격을 줄이면서 지수 역시 간신히 회복,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신약승인이 어렵다’ 지라시…올 들어서만 벌써 두번째
전날 HLB가 급락세를 연출한 것은 ‘신약 승인이 어렵다, 불확실성이 생겼다’는 지라시 때문으로 보인다. HLB의 주가가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기대감에 최근 급등하는 흐름을 보였는데, 결과 발표가 채 2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세력이 악성 루머를 유포해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HLB가 이 같은 지라시에 타격을 입은 것은 올 들어서만 벌써 두번째다. HLB는 지난 1월에도 미 FDA가 리보세라닙 임상 승인을 거절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가 돌면서 급락세를 맞은 바 있다.
실제 지난 1월29일 HLB의 주가는 장 초반 11% 넘게 상승하다가 오후 들어 갑자기 하락 전환해 8% 넘게 급락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나타냈다. HLB의 주가가 신약 허가 기대감에 1월25~26일 이틀 만에 30% 넘게 치솟은 직후의 일이었다.
당시 HLB 측은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등의 심각한 시장교란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고, 그 악성 루머와 동시간대에 대규모 매도세가 결합한 정황도 확인했다”면서 “회사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비도덕적,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한투자증권 창구…악성 루머 확산 이후 물량 폭탄
HLB의 이번 급락을 놓고 신한투자증권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악성 루머가 확산한 이후 신한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대규모 물량이 집중적으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HLB 주주들은 신한투자증권이 수년에 걸쳐 불법 공매도를 자행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바 있다.
실제 수급 동향을 살펴보면 전날 정규장 시간 동안 신한투자증권 창구에서만 총 59만3315주의 순매도가 이뤄졌다. 전체 1위다. 신한투자증권은 과거부터 개인투자자들이 불법 공매도 및 시세 조정 창구로 지목하고 있는 증권사다.
공교롭게도 오후 1시10분을 전후로 매도 물량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오후 1시만 하더라도 신한투자증권 창구에서는 9만주 가량의 순매도가 이뤄졌는데, 오후 1시15분에는 창구 순매도가 무려 20만주에 육박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매도 물량이 출회하면서 오후 2시께에는 창구 순매도가 50만주에 이르렀다.
이에 주주들 사이에서는 공매도 포지션을 가진 특정 세력이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변칙적인 주식 매도로 시세를 조종하고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커지는 주가조작 의심…HLB “감독 당국에 조사 요청”
HLB 소액주주들은 주가조작을 의심하고 있다. 지라시 유포 후 신한투자증권의 대규모 물량 출회가 반복해서 이뤄지는 정황을 미뤄볼 때 합리적 의심이 드는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9일 임상 승인 거절 가짜뉴스가 돌았던 당일에도 신한투자증권 창구에서만 무려 126만9958주의 매도 거래가 체결된 바 있다.
HLB 주주연대 관계자는 “지난 4년 간 불법 공매도 주가조작 창구로 확신되는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또다시 범죄 행위가 벌어졌다”면서 “우리 주주연대와 HLB가 수차례 신한투자증권 창구의 불법 공매도 주가조작을 고발했고 매매 동향도 캡처해 증거물을 보냈음에도 금감원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이번 해프닝 역시 전적으로 감독기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연대 관계자는 “아직 340만주, 금액 기준으로 3400억원이 넘는 공매도 잔고를 보유한 공매도 입장에서는 회사의 신약 승인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숏커버에 상당한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며 “주주연대가 수년간 불법 공매도, 주가조작성 공매도로 지목해왔던 신한투자증권에서 초단시간 집중 물량 폭탄과 주가 끌어내리기가 시도됐다는 점에서 감독기관의 엄중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LB 측도 금융당국에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HLB 관계자는 “신약승인이 다가오면서, 딥페이크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악성 루머와 공매도 세력들의 불법 행위가 시도될 것이라 우려해 왔다”며” 악성 루머 지라시와 명백히 주가를 하락시키려는 목적의 이상 매도 행위가 있었다. 감독 당국에 조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입장차 여전… 금융당국 “주가조작·허위사실 유포 엄중 대응”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들과 공매토 토론회를 진행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HLB 주가 급등락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직접 공매도 관련 토론회를 열고 불법 공매도, 불공정거래 등에 엄중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또다시 지수가 출렁일 정도의 대형 사고가 터진 것이다.
정작 토론회에서도 공매도를 둘러싼 답답한 공방만 이어졌다. 투자자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토론회의 목적이었지만 개인과 기관, 금융당국 각자의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실제 전날 열린 행사에는 개인투자자 대표로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와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참석했다. 불법 공매도 창구로 의혹을 받고 있는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도 참석했다. 박 작가는 의혹을 쏟아내고 신한투자증권은 사실이 아니라고 맞서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토론회에서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와 불공정거래 등에 대해 엄중히 대응하고 관련 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불법 공매도 및 주가 조작 등을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세력, 무분별한 쏠림 투자를 유도하는 검증되지 않은 허위사실 유포 행위, 주주 환원에 충실하지 못한 기업 문화 등은 우리 자본 시장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짚으며 “당국은 불법 공매도와 불공정거래에 지속적으로 엄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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