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Decenter
가상자산 시장은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가 불명확한 탓에 오랫동안 ‘무법지대’로 방치돼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규제의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각국 의회가 규제 적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가상자산 법안을 만든 덕에 가상자산사업자 입장에선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리스크도 크게 덜었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 법안은 여전히 투자자 보호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세계 3위 규모의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가상자산 관련 용어를 표준화하기 위한 가상자산 분류법안을 미 의회에 발의했다. 가상자산 법률에서 보다 명확한 용어를 사용해 생태계 참여자의 규제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7월엔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제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는 ‘블록체인 규제 명확성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블록체인 기술 개발기업은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취급하지 않는 경우 라이선스 취득을 면제받도록 규정했다. 또한 가상자산을 △디지털 상품 △제한된 디지털 자산 △결제 스테이블코인으로 분류해 각 자산 규제를 담당할 기관을 명시했다.
가상자산에 보수적이었던 일본도 최근 명확한 규제를 확립하며 가상자산 산업 발전에 유리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우선 지난 2021년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에 웹3 정책실울 신설했다. 일본 금융청(FSA) 주도의 사업자 규제에서 웹3 산업 진흥으로 가상자산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와 함께 집권당인 자민당은 가상자산의 발행과 유통을 비롯해 대체불가토큰(NFT), 스테이블코인, 탈중앙화자율조직(DAO·다오) 등 다양한 가상자산 관련 분야를 정리하고 정책을 제언하는 웹3 백서를 발간했다.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규정해 일본 최대 민간은행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이 직접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총선을 앞두고 양당이 내놓은 가상자산 관련 공약들이 국내 가상자산 제도에서 미비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는 이유다. 법인 등 기관투자자들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을 허용하겠다는 민주당 공약은 업계에서도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투자가 활성화 된 해외와 달리 지금까지 국내 법인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하기 위한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었다. 이와 대한 법적 근거나 규제당국의 공식 입장도 없는 이른바 ‘그림자 규제’다. 민주당 공약이 실현된다면 이용자보호법에 이어 실질적인 업권법이 될 2단계 법안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이 논의될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2단계 법안이 빠른 시일 내에 국회를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토큰증권발행(STO) 법제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인 데다가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갱신 신고 등 가상자산 업계에 이슈가 많기 때문이다. 5월 총선 이후 국회의 정책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국내 가상자산 제도 정비가 정체된 사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도 보다 명확한 규제를 갖춘 해외로 이탈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수용 웹3.0 포럼 운영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의 작은 스타트업들이 증권사 수준의 규제를 받는 수준이라 부담이 크다”고 꼬집었다. 황 교수도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법인 투자를 제외하고도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 규모를 달성할 정도로 큰 시장”이라며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으로 ‘크립토 스프링’이 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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