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블록미디어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원화거래소가 속해있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닥사·DAXA)는 지난 5일 국내 오르빗 체인(ORC)에 대한 상장 폐지(상폐)를 결정했다. 오르빗체인은 지난 1월 초 1100억원 가량의 가상자산을 탈취당한 국내 블록체인 기술 기업 오지스가 발행한 김치코인이다.
이로써 올해 상폐가 결정된 김치코인은 3개가 됐다. 닥사는 지난 1월과 2월 각각 갤럭시아(GXA)와 썸씽(SSX)의 상폐를 통보했다. 갤럭시아는 효성그룹의 코스닥 상장법인 갤럭시아 머니트리의 자회사가 발행한 가상자산이며, 썸씽은 이른바 노래방 코인으로 불리는 김치코인이다.
이들의 상폐 사유는 동일하다. 모두 해킹 사태를 겪으면서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 규모의 가상자산이 털린 탓이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이 없던 점과 초과 유통에 대한 복구 조치 등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점 등이 ‘업보’로 더해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결국 자업자득이란 평가가 우세했다. 거래소들 역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연스러운 퇴출이었다고 지적했다.
업계 1위 업비트는 지난달 썸씽 상폐 발표 당시 “썸씽 측 소명 과정에서 재단 제출 자료를 면밀하게 검토하였으나 결국 사업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들었다”며 “투자자 보호에 대해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사안이 존재한다고 판단,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남국 저격수로 유명해진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운영자는 “내실이 부족한 코인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퇴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필 불장에 상폐라니”…신흥 ‘AI 코인’은 훨훨
이들의 상폐 시점이 ‘불장’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불장이 3년 만에 찾아온 상황이라 더 쓰라린 퇴출이 됐기 때문이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대부분 알트코인들은 최근 불장 효과로 전고점을 경신하며 훨훨 날고 있다.
특히 보안에 취약점이 드러난 이들을 대신할 다른 유망한 코인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어 상폐에 따른 타격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AI 관련 코인이 대표적이다. AI가 최근 코인 주요 테마로 떠오르면서 관련 코인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강세는 최근 더욱 두드러졌다. 이날 오후 2시 빗썸 기준 AI 코인 대표주자인 월드코인(WLD)은 전일 대비 10.32% 뛴 1만200원에 거래됐다. 이외에 싱귤래리티넷(AGIX)은 18.64%, 렌더토큰(RNDR)은 26.57%, 페치(FET)는 21.63% 각각 뛰었다. 빗썸에 상장된 AI 코인들이 전부 급등한 모습이다.
AI가 주요 테마로 떠오른 이유는 디지털 기술의 부가가치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릴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에 가상자산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격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상폐 번복 가능성이 작은 점도 아픈 지점이다. 앞서 위믹스와 페이코인 등의 전례를 살폈을 때 김치코인 상폐가 번복된 경우는 제로(0)다. 이들은 상폐 당시 닥사의 결정에 불복해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차선책으로 재상장을 노려볼 수는 있다. 위믹스 역시 상폐된지 1년 만에 업비트를 제외한 모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복귀했다.
다만 재상장 유예 기간이 ‘1년’이란 점이 발목을 또 잡는다. 현재 불장이 1년 뒤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장세를 크게 반영하는 김치코인 특성상 재상장 시점이 지금과 다른 약세장일 경우 복귀 효과는 없을 수 있다.
국내 가상자산 리서치 기업 임원 A씨는 “최근 상폐 당한 김치코인들 입장에서는 하필 불장에 상폐냐는 억울함이 들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취약한 보안 탓이니 자업자득인 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제도화 등으로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김치코인의 자리를 대체할 가상자산들은 앞으로 많이 나올 것”이라며 “최근 신흥 코인으로 떠오른 AI 관련 코인도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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