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이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상장·거래와 맞물려 최근까지 눈에 띄는 급등세를 이어오다가 7200만 원 선 안팎에서 한동안 머무르고 있다. 비트코인 공급량이 줄어드는 반감기가 임박한 만큼 가격이 더 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신중론이 교차한다.
오랜만에 불어온 시장 훈풍과 맞물려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정치권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 국내 상장·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의 총선 공약이 등장한 가운데, 이를 놓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비트코인, ‘현물 ETF 효과’에 급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23일 오후 4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7155만 4천 원에 거래되고 있다. 급등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7일 저점(5874만 5천 원) 대비 약 22% 상승한 수준이다. 작년 10월1일 저점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약 96%에 달한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이달 들어 1조달러를 넘어섰다. 2021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작년부터 시장 기대가 집중됐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거래 승인이 지난달 현실화 된 효과라고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 승인 결정은 비트코인의 투자 자산 가치를 외면하던 미국 규제당국이 그 가치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시장 전망대로 해당 ETF 상품엔 전통 자본시장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견인했지만, 최근 들어선 비교적 이런 흐름이 둔화됐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10개 비트코인 현물 ETF에 유입된 자금은 지난 2월20일까지 50억 2300만달러(약 6조 6806억 원)에 달한다.
홍 연구원은 다만 “이번 주 들어 자금 유입이 잦아드는 모양새”라며 “(지난 21일) 2월 이후로 처음 일간 순유출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쉬지 않고 도약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15일부터 7200만 원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 중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치권서도 현물 ETF 국내 허용 공약 나오지만…신중론 여전
비트코인 회복세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만큼, 정치권에서도 관련 공약을 내놓으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트코인 현물 ETF 국내 상장·거래를 허용하고, 해당 상품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편입시켜 비과세 혜택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디지털자산 제도화 공약’을 지난 21일 발표했다.
국민의힘 역시 현물 ETF 국내 상장·거래 건을 놓고 당국 입장까지 고려해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으로 볼 수 없기에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 국내 발행·중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체계 등이 달라 미국 사례를 우리가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투자자 수요도 고려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 그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해 좀 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가상자산 전문가로 꼽히는 한 교수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초고위험 자산에 국내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을 서둘러 노출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