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블록미디어
월드코인은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투자한 암호화폐 프로젝트다. 인간 홍채 정보를 이용해 신원증명을 하고, 이른바 기본 소득(Basic Income)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실사용 사례가 없는데 “월드코인을 나중에 어디에 쓸 것인가” 의문이 든다. 오픈AI가 소라를 내놨다고 해서 코인 가격이 오르는 것도 합리적 인과 관계를 찾기 어렵다.
월드코인(WLD) 가격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아니었다. 거대한 유스 케이스가 월드코인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월드코인을 둘러싼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산업 지형의 변화를 알아야만 WLD의 잠재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 장면 1. 인터넷 정보 검색 판도가 바뀐다
애플 아이폰에서 작동하는 아크 서치(Arc Search)라는 앱이 있다. AI 기반의 검색 엔진이다. ‘샘 올트먼(Sam Altman)’ 검색어를 입력하면, 6 개의 주요 웹 페이지를 찾아서 정보를 재구성해 보여준다. 그 내용이 압축적이어서 개별 웹 페이지를 찾아볼 필요가 없다.
아크 서치. 검색어를 입력하면 AI가 자료를 재구성해준다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은 웹 페이지 하나하나에 색인 분류(라벨링, 링크)하고, 사용자들이 쉽게 접근하게 도와준다. 웹 문서(콘텐츠) 제작자는 링크를 타고 들어온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노출시킴으로써 돈을 번다. 구글은 바로 그 웹 광고의 중개인이다.
아크 서치 같은 앱이 발달하면 웹 콘텐츠 제작자는 돈을 벌 길이 없어진다. 링크를 타고 들어오는 손님이 뚝 끊기기 때문이다. ‘검색을 한 사람’은 AI가 정리해준 정보를 읽고 다음 정보를 찾아 떠난다. 링크를 클릭도 하지 않는다.
이때 사용자 정보를 습득하는 곳은 아크 서치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 구글이나 웹 콘텐츠 제작자는 재주 부리는 곰이 될 판이다. 아크 서치는 AI 시대의 구글을 꿈꾼다.
# 장면 2. 뉴욕타임스, 오픈AI를 고소하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모두 같은 운명이다. 뉴욕타임스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했다.
뉴욕타임스 기자 수 천 명은 전 세계에서 뉴스를 생산한다. 오픈AI는 해당 뉴스를 순식간에 학습한다. 아크 서치와 마찬가지로 챗GPT는 요약된 정보를 검색자에게 준다. 뉴욕타임스 원문 기사를 읽지 않아도 된다. 뉴욕타임즈 웹 페이지를 찾는 독자들이 줄어든다. 수입도 감소한다.
기존 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산 제공하는 서비스와 기업은 AI 때문에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스택 오버플로우(Stack Overflow)는 프로그래머들의 질의 응답을 모아둔 웹 사이트다. 코딩을 하다 막히면 찾는 곳이다. 챗GPT가 나온 직후 이 사이트의 트래픽이 14% 감소했다. AI가 척척 질문에 답을 해주니 이곳을 찾는 사람이 준 것이다. 작년 10월 이 회사는 직원의 28%를 해고했다.
# 장면 3. 진짜 사람들이 모인 곳
미국의 대표적인 토론방 레딧(Reddit)은 3월 기업 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레딧은 AI 무풍지대(?)를 자신한다. 레딧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이같이 답했다.
“레딧 커뮤니티는 진짜 사람들이 모여있고, 진짜 사람들이 경험한 것을 공유하는 곳이다.”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사람다움으로 승부하겠다는 의미다. 인터넷에는 이미 AI가 만들어낸 저급한 콘텐츠가 넘친다. AI는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임의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른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다.
역설적으로 진짜 사람이 만든 ‘핸드 메이드 콘텐츠’ 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수제품은 더 비싸다.
# 당신, 사람 맞아?
기술의 진화는 당황스러운 질문을 던지게 한다. “당신이 진짜 사람임을 증명하시오” 같은 질문 말이다. 레딧은 사람들의 커뮤니티다. 그러나 댓글을 쓴 것이 진짜 마이클인지, 마이클을 표방한 AI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인터넷에는 사람인 척하며 활동하는 수 많은 봇(bot)이 있다. “사람과 봇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 듯 하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머스크는 진짜 사람이 가진 트윗 계정과 봇이 만든 계정 데이터를 달라고 했다.
머스크가 엑스(X) 주인이 된 다음에도 이 문제는 계속되는 중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가짜 동영상이 유포된 주된 경로는 다름 아닌 엑스다.
# 신원증명 인프라
월드코인은 “내가 나야” 를 증명하는 기반 인프라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홍채 정보가 집중된다는 중앙화 논란이 있지만, 이 프로젝트의 기본 아이디어 자체는 AI가 침투한 인터넷의 성격 변화에 딱 맞는다.
예를 들어 보자. 11월 대선이 있는 미국에서는 주요 인공지능 기업과 SNS 기업들이 AI가 만든 콘텐츠에 특별한 표시를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가짜 뉴스, 가짜 영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인공지능의 확산 속도로 볼 때 가까운 장래에는 “사람이 만들었음” 표시를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AI 손을 거쳤고, 특별한 콘텐츠만 핸드 메이드인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 대접을 받기 위해 사람은 내가 사람임을 증명해야 한다.
올트먼의 주장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은 기본 소득을 받는다.” 일은 기계가 하고, 사람은 사람다운 활동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