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블록체인투데이
[블록체인투데이 디지털뉴스팀] ‘세계 대통령’ 트럼프의 일방적 ‘관세 폭격’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파리블록체인위크 행사장에 모인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이미 일상을 바꾸고 있는 ‘디지털 자산’ 현상에 주목했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블록체인위크 2025’에 참석한 홍콩 기반 블록체인 기업 애니모카 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 로비 영은 ‘디지털 자산의 글로벌 경제 영향’을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서 동남아 출신 가사 도우미 등 노동자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에는 동남아 출신 가사 도우미들이 많다. 이들은 번 돈의 대부분을 고향으로 보내는데 수수료가 보통 25%부터 시작해 많게는 50%에 달한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사회에서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을 착취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제는 송금을 위해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디지털 달러’로 군림하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달러 등 기존 법정화폐의 고정가치로 발행되는 암호화폐(가상자산)를 말한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쓴 개발자가 암호화폐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2009년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선보였을 때 가장 큰 반발을 샀던 게 바로 ‘화폐’라는 단어를 감히 사용한 점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스테이블 코인이 ‘디지털 달러’로 화폐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자국 통화를 스테이블 코인으로 환전한 다음 터키나 이집트 같은 나라로 여행을 가서 다시 스테이블코인을 현지 통화로 환전하는 식”이라며 “이 경우, 일반 환전소보다 약 20% 저렴하다. 스테이블 코인이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등장 때부터 ‘사기’ 취급을 받던 암호화폐가 어떻게 일상에서 달러의 대체 역할을 하고 있을까. 기축통화국 미국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큰 스테이블 코인인 USDT(테더)는 미 국채와 달러 자산을 담보로 한다. 테더가 ‘빚의 늪’에 빠진 미국의 국채에 대한 새로운 수요처로 급부상한 것이다. 2024년 기준으로 테더의 미 국채 보유량은 1130억달러로 독일 중앙은행의 보유량(950억달러)보다 많다.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디지털 병기’를 활용해 달러 패권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달러화 기축통화의 지위 강화를 위해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할 것이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우리나라 ‘원화’의 위상이다. 원화는 이미 국제무대에서 통용성이 낮고 외환규제도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테더를 원화보다 더 신뢰하고, 실생활에서 쓰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원화의 통화 주권은 흔들릴 것이다. 정부가 금리를 조절해도,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줄어들고, 외환시장의 안정성도 약화된다. 또 자본 유출이 쉬워지며 국가의 통화정책은 실효성을 잃게 된다.
그렇다고 스테이블 코인을 무작정 금지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정답도 아니다. 지금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쇄국’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그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전면적인 원화 국제화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관리된 국제화’, 즉 전략적으로 통제된 방식으로 원화를 디지털 자산의 형태로 확장하는 것은 시도할 만하다. 특히 K-콘텐츠, K-무역의 글로벌 진출이 활발한 만큼, 결제 인프라까지 원화가 함께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미 미국 주식에 빠진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원화 자산 기피’ 현상이 만연해 있다. 원화가 국경 없는 디지털 시대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민이, 시장이 ‘선택’하는 통화가 돼야한다. 아직도 암호화폐를 사기로 치부하고 있는 금융·통화당국은 이같은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통화 전쟁은 총성이 없다. 그러나 패배하면 나라의 주권이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