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공지능(A)과 블록체인(B)의 융합(C): 신뢰(B)와 지능(A)의 공진화(C)

출처: 블록체인투데이

◆디지털 문명의 새로운 기반 구축
21세기 디지털혁명과 4차산업혁명은 이제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인류 사회의 운영 체계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A)과 블록체인(blockchain: B)은 각각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현대 기술 지형도를 바꾸어 놓고 있다. 인공지능(A)이 데이터의 패턴 인식과 의사결정 자동화를 통해 지능화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면, 블록체인(B)은 분산 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신뢰의 메커니즘을 혁신하고 있다. 이 두 기술의 융합(convergence: C)은 단순한 기술적 결합 차원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기반한 지능형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디지털 생태계의 근간을 재정의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변경이 어렵고 투명한 거래 기록을 제공하여 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신뢰‘를 의미하며, 한 단어로 표현하면 신뢰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A)과 블록체인(B)의 융합(C)은 신뢰(B)와 지능(A)의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 C)라고 할 수 있다. 공진화는 거대한 생태계에서 둘 이상의 그룹 간에 상호 연관된 진화가 일어 나는 것을 말한다. 즉, 서로 다른 둘 이상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진화하는 것이다. 공진화는 경쟁과 협동, 그리고 제한된 동일 자원에 대한 서로 다른 활용이라는 피드백으로 발생한다.

본 논고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심층적 시너지를 탐구하고, 사례를 분석하며, 궁극적으로 이 융합 기술이 만들어 낼 미래 사회의 청사진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단편적인 기술 이해를 넘어, 두 기술이 만들어 내는 시스템적 변화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상호보완적 관계의 심층적 이해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은 각각 현대 기술 발전의 양대 축을 이루지만, 동시에 뚜렷한 한계점을 안고 있다. 인공지능의 가장 큰 강점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복잡한 패턴을 인식하고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 인식에서 자연어 처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러한 인공지능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쓰레기(garbage: G) In, 쓰레기 Out'(GIGO)의 원리가 적용된다. 입력 데이터의 품질이 출력 결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데이터 신뢰성 문제에 취약하다. 더욱이 딥러닝 모델의 경우 그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여 설명 가능성이 낮다는 블랙박스 문제를 안고 있으며, 대량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특성상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학적 기법과 분산 합의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터의 무결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데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중앙 집중식 시스템과 달리 단일 장애점이 없어 보안성이 우수하며, 스마트 계약을 통해 계약 이행의 자동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블록체인 역시 확장성의 한계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대표적인 작업 증명(PoW) 방식의 블록체인은 에너지 소모가 심각한 수준이며, 초당 처리 가능한 트랜잭션 수가 제한적이라는 기술적 제약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상반된 강점과 약점을 가진 두 기술이 융합할 때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블록체인은 인공지능에 변조되지 않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공급함으로써 AI 모델의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합의 알고리즘을 최적화하고, 트랜잭션 검증 과정을 효율화하여 블록체인의 확장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분산형 인공지능’(Decentralized AI: DE-AI, DeAI)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중앙화된 AI’(Centralized AI: CE-AI, CeAI) 서버 대신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네트워크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주목받고 있다.

2) 융합 기술의 실제 적용 사례와 사회적 영향
금융 분야에서 이 융합 기술은 이미 실질적인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 DeFi) 생태계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면 신용 평가 모델의 혁신이 가능해진다. 기존 금융기관이 의존하던 전통적인 신용평가 방식과 달리, 블록체인에 기록된 개인의 모든 금융 거래 내역을 인공지능이 분석하면 더 정교하고 공정한 신용 점수 산정이 가능해진다. 또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이상 거래 패턴을 탐지할 수 있어, 사기 방지 시스템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영역에서는 인공지능의 예측 모델과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이 결합되어 완전히 자동화된 투자 시스템을 구축하는 실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의 융합이 환자 데이터 관리와 맞춤형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블록체인에 암호화되어 저장된 환자의 의료 기록은 무단 접근과 조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면서도, 인공지능 시스템은 이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치료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특히 의약품 유통 과정에서 블록체인은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인공지능은 이 데이터를 분석해 위조 의약품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공급망 관리 분야에서는 물류 시스템의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블록체인은 원자재 조달부터 제품 배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하며, 인공지능은 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물류 경로를 예측하고 재고 관리를 자동화한다. 특히 식품과 의약품 같은 민감한 상품의 경우 블록체인을 통해 원산지와 유통 경로를 투명하게 추적함으로써 소비자 신뢰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디지털 신원 확인 시스템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자기주권 신원(SSI) 개념이 인공지능과 결합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사용자는 블록체인에 저장된 자신의 신원 정보를 완전히 통제하면서도, 인공지능 서비스에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서비스 편의성이라는 상충되는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혁신적인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콘텐츠산업에서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창작물의 저작권 관리가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AI가 생성한 예술 작품이나 음악의 창작 과정과 소유권을 투명하게 기록함으로써 저작권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술과 결합하면 AI 창작물의 진위 확인과 거래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된다.

3) 도전 과제와 미래 비전
기술적 측면에서 이 융합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확장성 한계는 인공지능이 요구하는 대량의 데이터 처리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장애물이다. 레이어 2 솔루션과 샤딩 기술 등이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술적 진보가 필요한 영역이다. 또한 블록체인에서 인공지능 모델을 실행하는 데 따르는 높은 연산 비용은 실용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경제적 요소이다.

법적·규제적 차원에서도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존재한다. 블록체인의 불변성과 ‘유럽연합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이 요구하는 ‘잊힐 권리’ 사이의 충돌은 데이터 관리 정책의 재정립을 요구한다. 또한 인공지능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는 융합 기술의 법적 책임 프레임워크를 새롭게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도전 과제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의 융합이 만들어 낼 미래는 매우 밝게 전망된다. ‘분산 자율 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에 인공지능이 접목되면 보다 효율적인 조직 거버넌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예측 시장에서 인공지능은 투명한 환경 하에서 보다 정교한 예측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두 기술의 융합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신뢰와 지능이 공진화하는 새로운 디지털 문명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 신뢰와 지능의 공생이 만들어 낼 새로운 문명
인공지능(A)과 블록체인(B)의 융합(C) 또는 공생(共生, symbiosis: 생물학 관점에서 각기 다른 두 개나 그 이상 수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를 일컫는다. 상생을 위해 협력하는 것)은 데이터의 신뢰성과 지능적 처리가 결합된 차세대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금융, 의료, 물류, 디지털 신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실험적인 시도가 진행되고 있으며, 기술의 성숙도가 높아짐에 따라 그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발전이 사회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법적·윤리적 프레임워크의 정립이 동반되어야 한다.

학계와 산업계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정부의 합리적인 규제 정책, 시민사회의 건설적인 참여가 삼위일체가 되어야만 이 융합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의 조화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보다 공정하고 효율적이며 인간 중심적인 디지털문명을 건설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신뢰와 지능의 공생이 만들어 낼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원문보러가기(클릭)

Latest articles

Related articles

문의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