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토큰포스트
미국 노동자들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복수 직업을 가져야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고용 시장의 구조적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고용 시장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현재 89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전체 고용인의 5.4%에 해당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문제는 단순한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임금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연방준비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복수 직업자 중 50% 이상이 대학 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2019년 45.1%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풀타임으로는 더 이상 중산층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풀타임으로 일하면서도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이들은 퇴근 후 밤늦게까지 프리랜서나 부업에 의존하고 있다. 평균 복수 직업자의 연봉은 5만7865달러로, 단일 직업자 평균 연봉 5만6965달러보다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금융설계사 캐롤라인 맥클라나한은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제 훨씬 더 많은 돈과 노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내 평균 주간 근무시간은 34.1시간으로 1년 전보다 0.2시간 줄어들었으며, 이는 수백만 명의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임금 감소를 의미한다. 고용주는 해고 대신 근무시간을 줄이며 고정비용을 조절하고 있으며, 이는 일자리보다 소득 안정성이 더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식당과 호스피탈리티 업계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2월에만 식당 업계는 2만7500개 일자리를 감축했으며, 이는 1월의 2만9500개 감축에 이은 최악의 두 달 연속 감소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식당 일자리는 진입장벽이 낮아 노동시장 진입의 첫 단추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그 사다리조차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들은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소비 둔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미 상무부는 1월 미국 소비자 지출이 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2021년 2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러한 고용 위기 속에서 시장의 시선은 20일 예정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에 쏠리고 있다. 2월 고용지표는 실업률 상승, 경제활동 참가율 감소, 파트타임 증가 등 전반적인 둔화를 보여주며, 기업들은 인력 감축 대신 채용 속도 및 근무시간 조정에 나서고 있다.
시장 분석가 줄리아 폴락은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이며, 이는 사람들이 주당 시간당 소득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직업을 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월가도 이에 민감하게 반응 중이며, S&P 500 지수는 불확실성 속에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향후 금리 정책이 지금의 고용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미국 경제 전반에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