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토큰포스트
비트코인(BTC) 가격이 26일 8만 3,500달러까지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3일간 1만 2,820달러가 빠지면서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 이상의 롱 포지션이 청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파생상품 시장의 압박, 주요 기업 실적 부진 등이 비트코인이 9만 달러를 회복하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하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및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강화를 추진한다는 소식과 맞물려 있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장기 미 국채로 몰리고 있다. 심지어 전통적인 가치 저장 수단인 금조차 24일 2,956달러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이틀 만에 2.2% 하락하는 등 시장 전반의 불안을 반영했다.
비트코인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 대형 기술주처럼 실적 개선이나 배당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더욱 불리한 상황을 맞고 있다. 반면 S&P 500지수는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존 버터스는 지난해 4분기 S&P 500 기업들의 연간 실적 증가율이 16.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가 대규모 비트코인 매입을 통해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회사가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는 지난 일주일간 19.4% 하락했으며, 3년간 420억 달러(약 60조 4,800억 원) 조달 계획도 시장의 의구심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기업의 대규모 매수를 제외하고는 안정적으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는 중이다.
비트코인이 9만 5,000달러 선을 회복하려면 새로운 경제적 호재가 필요하지만, 인공지능(AI) 시장의 불확실성 역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엔비디아(Nvidia)는 26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글로벌 무역 갈등과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등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AI 버블 우려가 커지며 미 국채 5년물 수익률이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자, 투자자들은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현물 비트코인 ETF 시장에서도 불안한 흐름이 감지된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Farside Investors)에 따르면, 24일 하루 동안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 11억 달러(약 1조 5,8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유출됐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감당하면서도 경제적 불확실성을 헤지할 것으로 기대했던 전망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이 같은 대규모 매도세는 시장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불어, 28일 예정된 69억 달러(약 9조 9,4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옵션 만기가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은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매도 옵션(풋) 미청산 약정 규모는 매수 옵션(콜) 대비 5억 3,000만 달러(약 7,600억 원) 적지만, 베어리시한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특히, 37억 달러(약 5조 3,300억 원) 규모의 콜 옵션 중 8만 8,000달러 이하에서 행사될 계약은 6,000만 달러(약 860억 원) 수준에 불과해, 비트코인이 8만 8,000달러 이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만기 시점이 다가오면서 비트코인이 8만 8,000달러 이하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단기적으로 9만 5,000달러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승 모멘텀이 미약한 가운데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당분간 비트코인 가격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