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평가·공시 공백 우려 현실로…허술한 실사에 투자자 피해 ‘일촉즉발’

작성자 Decenter

21일 업계에 따르면 코인원은 상장된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대해 매 분기마다 진행하던 사업계획 이행 여부에 대한 실사를 올해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거래를 지원하는 가상자산과 해당 프로젝트를 정기적으로 실사해 유의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했는지 점검한다. 사업계획이 가상자산 백서 로드맵에 기재된 대로 이행됐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거래소가 실사 과정에서 초점을 맞추는 핵심 모니터링 항목이다.

그러나 코인원에 상장된 프로젝트 재단들에 따르면 코인원은 지난해까지 매 분기별로 제출받던 사업계획 달성 현황에 대한 자료를 올해 한 번도 받지 않았다. A 재단 관계자는 “유통·비유통 물량을 나눠 보고하는 유통량 계획서는 기존처럼 분기별로 제출했지만 사업계획 달성 현황 제출은 올 들어 생략됐다”며 “상장을 담당하던 직원의 퇴사 이후로 재단과의 소통이 뜸하고 모니터링 강도가 느슨해진 감이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최근 경영난에 시달리는 거래소들이 기상장된 가상자산 실사를 위한 인력·비용을 줄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시장의 관심에서 벗어난 작은 프로젝트들이 관리·감독 후순위로 미뤄졌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량이 적고 최신 소식의 업데이트가 거의 없는 작은 프로젝트일수록 오히려 재단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이 부실해진 것은 문제”라며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에 속한 5대 거래소의 경우 외부 심사위원회를 통해 상장·상장폐지를 결정하는 등 철저한 시스템을 마련하게 했는데 기존에 세웠던 원칙을 어기고 실사를 생략한다면 금융당국 종합검사 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들이 연달아 논란에 휘말리면서 실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업비트 등 국내 5대 거래소에 일제히 상장됐던 가상자산 수이(SUI)는 락업 물량을 예치한 후 이자를 받고 이를 판매, 유통량을 늘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재단이 의혹을 해소하기 제출한 유통계획서에 기재된 수이 물량이 당초 거래소에 제출한 유통계획서 기재량보다 약 6억 개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며 금융감독원 국감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빗썸과 고팍스에 상장된 갤럭시아(GXA)도 거래소에 알렸던 유통량보다 5억 개 많은 물량이 초과 유통되고 있어 논란이 일었다. 모두 거래소의 실사가 아닌 투자자 커뮤니티 등에서 뒤늦게 문제가 발견된 케이스다.

전문가들은 제 3자의 검증 없는, 거래소 실사에만 의존하는 시장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상자산 시장엔 평가·공시에 관한 의무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거래소들은 평가·공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업체의 도움을 받아 자율 심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평가·공시를 담당하던 쟁글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안전망이 뚫렸다. 거래소 자율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닥사도 기상장된 가상자산에 대해선 심사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지 않다.

황 교수는 “현재의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소가 상장과 상폐를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선수와 심판이 같이 뛰고 있는 꼴”이라며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시세조종 등 불공정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제3의 기관에서 거래소·시장을 감시하는 분권화를 제도화할 수 있도록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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