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블록체인투데이
[블록체인투데이 디지털뉴스팀] ‘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 행정부에 가상자산 업계 출신 인사를 대거 등용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뉴스1에 따르면 미국 금융당국 수장에는 가상자산 채굴기업과 거래소 출신 인물이 임명됐으며, 신설 조직에도 업계 인사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한국에서 금융위원회·감독원 수장으로 가상자산 기업 대표가 지명된 것과 같은 파격 행보다.
‘기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이 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금융위원회 산하 정책 자문기구 ‘가상자산위원회(가상자산위)’ 명단에는 업계 출신 기업인이 배제됐다.
지난달 열린 제3차 가상자산위 회의를 계기로 올해부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되지만, 금융사를 제외한 3500개 상장기업·전문투자사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업계에선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금융당국 수장에 가상자산 기업 출신 임명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통화감독청(OCC)의 수장으로 ‘조나단 굴드’를 임명했다. 굴드는 비트코인 채굴 및 블록체인 기술 기업 비트퓨리의 임원으로 재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OCC의 수석 변호사로 근무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자산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의 브라이언 퀸텐즈 가상자산 정책 책임자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으로 지명했다. 퀸텐즈 책임자는 과거 CFTC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비트코인(BTC) 선물 상품을 승인한 인물이다. 그는 “차기 위원장으로 지명받아 영광”이라며 “미국이 블록체인 산업의 리더로 거듭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OCC와 CFTC 모두 미국의 주요 금융 감독 기구다. OCC는 은행의 규제·감독 기관으로 위법행위 조사·제재, 리스크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CFTC는 선물 및 파생상품 시장을 규제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선물거래소 등 기업과 기관을 감시·감독한다. 한국으로 치면 금융위원회·감독원 수장에 가상자산 관련 기업인이 임명된 셈이다.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최고법률책임자(CLO)를 지낸 브라이언 브룩스는 지난 2020년 OCC 청장 대행을 맡은 바 있다. 당시 브룩스 대행은 “은행은 과거의 유물이며 블록체인이 금융 업계를 뒤흔들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설 조직도 가상자산 관련 인사 물망…’현장의 목소리’ 듣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신설된 조직에도 가상자산 관련 인물을 임명하거나 논의하고 있다. ‘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처한 기업인 출신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시장 경험이 많은 기업인을 요직에 앉히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신설된 ‘정부효율부’의 수장을 맡았다. ‘도지코인의 아버지’로 알려진 머스크 CEO는 도지코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다. 정부효율부의 영문 약자도 ‘DOGE’로 정하며 가상자산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정부효율부는 불필요한 정부 예산을 삭감하고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출범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예산 지출액 추적 등을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 최고경영자(CEO)도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리플랩스는 가상자산 엑스알피(XRP)의 발행사다.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의 마르코 산토리 법률 고문,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 USDC 발행사 서클의 제레미 알레어 CEO도 자문위원회 후보로 거론됐다.
이는 기업인 출신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반영된 인사로 보인다. 가상자산 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기업가·전략가이기 때문에 미국을 경제 부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정부효율부를 신설하고 수장에 머스크 CEO를 임명한 점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효율적인 운영 방안에 집중하다 보니 학자보다 현장 경험이 많은 기업인을 주요 관직에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배치돼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오갈 수 있다”고 말했다.
韓 가상자산위원회에 업계 배제…법인투자는 일부만 허용
반면 한국은 가상자산 기업인들을 적극 모색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사뭇 다른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가상자산 관련 정책 추진을 위해 자문 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가상자산위)를 신설했다. 그러나 가상자산위 민간 위원이 법조·학계 위주로 꾸려지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업계 출신 기업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황 교수는 “한국은 주로 정부 부처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행정 전문가를 주요 관직에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위는 업계 관계자가 없지만 미국은 정반대의 모습”이라며 “미국이니까 가능한 조직 구성”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열린 제3차 가상자산위 회의를 통해 올해 법인의 코인 투자를 허용할 방침이지만 일각에선 아쉬움도 나온다. 금융사를 제외한 3500개 상장기업·전문투자사만 올 하반기부터 법인투자가 가능하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학자·법조인과 할 수 있는 얘기와 업계와 나눌 수 있는 얘기는 다르다”며 “산업 현장의 목소리 없이 정책을 논하기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처럼 한국도 업계와 더욱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면 좋겠다”며 “특히 법인 투자가 제한적으로 열린 점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