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토큰포스트
엘살바도르의 외환보유액 중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달하는 가운데,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IMF와의 협약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투자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Nayib Bukele) 대통령은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돌파하고, 친암호화폐 성향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에서도 비트코인 투자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엘살바도르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새로운 금융 지원 협약을 체결하며 국가 부채 문제를 완화하는 한편, 전통 금융 시장과의 관계를 개선했다. 그러나 이 협약은 엘살바도르가 2021년 도입했던 비트코인 법정화폐 정책을 일부 철회하는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사용은 사업체에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 되었으며, 정부는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징수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부켈레는 이에 개의치 않고, 협약 발표 직후 1월 초 추가로 20여 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현재 엘살바도르는 600 BTC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약 6억 달러(약 8,000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자 전략이 IMF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지만, 부켈레는 비트코인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월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켈레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비트코인 ETF 도입은 암호화폐 시장과 엘살바도르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 내 암호화폐 산업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으며, 최근에는 미국 정부의 디지털 자산 준비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살바도르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비트코인을 축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켈레의 강력한 정책 추진과 함께 엘살바도르의 치안 상황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살인율을 기록했던 엘살바도르는 2024년을 중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로 마무리했다. 이는 비트코인을 국가 자산으로 채택한 이후 긍정적인 경제 변화와 맞물려 평가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한 최초의 국가로, 이를 통해 글로벌 암호화폐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는 엘살바도르에서 디지털 자산 서비스 라이선스를 획득한 후 본사를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USDT 공동 창립자들도 엘살바도르로 이주하며, 암호화폐 친화적인 환경을 활용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사무국(National Bitcoin Office)의 스테이시 허버트(Stacy Herbert) 대표는 “비트코인 투자를 통해 얻는 수익보다 중요한 것은 엘살바도르라는 브랜드 가치”라며, “작은 국가가 글로벌 암호화폐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는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엘살바도르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기존 금융 규제에서 벗어나려는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엘살바도르 내에서 비트코인의 실제 사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 중 비트코인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7.5%에 불과했다. 코인텔레그래프 기자가 현지를 방문했을 때, 일부 상점들은 비트코인 결제 옵션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기술적 문제로 인해 결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엘살바도르 중앙은행 전 총재였던 카를로스 아세베도(Carlos Acevedo)는 “대다수 국민이 최저 임금을 받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을 투자 수단으로 활용할 여유가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주민들은 “비트코인 투자를 통한 수익을 교육, 의료, 일자리 창출에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전략이 장기적으로 성공할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현재까지는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면, 부켈레 정부의 투자 전략은 효과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엘살바도르 정부의 비트코인 보유 내역과 거래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외환보유액과 달리, 비트코인 보유량은 부켈레 대통령의 공식 발표 외에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아세베도 전 총재는 “비트코인은 국가 준비금의 일부이므로, 보다 높은 수준의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엘살바도르는 여전히 비트코인과 전통 금융 시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부켈레 대통령이 비트코인 투자 전략을 계속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변화가 엘살바도르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