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블록체인투데이
[블록체인투데이 정주필 기자]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급등세를 이어가며 주요 선진국들이 블록체인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산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ESG사회혁신센터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프레스센터에서 ‘블록체인: 미래를 열다’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의 현황을 분석하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략적 인사이트를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바이낸스(Binance)와 블록ESG외 후원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스티브 영 김 바이낸스 BD 이사 ▲치노 다케시 바이낸스 재팬 대표 ▲패트릭 찬 로빈후드 아시아 대표 ▲야마다 타츠야 라쿠텐 월렛 대표 ▲필립 간트 GBBC 동아시아 연구원 ▲고진석 블록ESG 공동창업자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양영은 KBS 기자의 진행 아래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 “한국 블록체인 산업, 서비스는 크지만 기반은 취약”
1부에서는 대한민국 블록체인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국내 가상자산 규제 정책 ▲산업 생태계 점검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적 활용 사례 ▲신사업 가능성 등이 논의됐다.
세미나 첫 발표자로 나선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는 한국 블록체인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상적인 산업 구조는 튼튼한 기반 위에 서비스, 가공·제조, 고차 산업이 올라가는 형태여야 하지만, 한국은 정반대”라며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서비스·유통 부문이 가장 크고, 반대로 생산·인프라 부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특히 조 교수는 블록체인 산업의 핵심 요소인 인프라 부족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 산업은 기본적으로 컴퓨터와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네트워크와 강력한 컴퓨팅 환경이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현재 국내 검증인(Validator)들이 블록체인 서버를 운영하는 방식을 보면, 대다수가 아마존 웹 서비스(AWS)나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고, 네이버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비트코인의 전략적 가치, 한국 정부는 간과하고 있다?
조 교수는 한국 정부가 비트코인의 전략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정부와 가상자산에 대한 논의를 하면, 여전히 ‘비트코인 = 가상자산’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반면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했고,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비트코인 보유 법안을 발의하는 등 국가 차원의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의 전략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국, 블록체인 법·제도 정비 시급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은 AI와 블록체인이 주도하는 정보사회에서 국민의 자유와 창의성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경제 시스템과 정치 시스템이 창의적인 도전과 실험을 장려하는 구조인지 의문”이라며 “특히 가상자산 관련 법안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 한국은 유럽연합(EU)의 ‘미카(MiCA) 법안’과 미국의 금융 규제 방안을 참고해 2단계 가상자산 보호법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가 확립된 상황에서 우리나라 법안이 국제 표준이 되기는 어렵다”며 법안 마련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핀테크 산업 육성… 가상자산 기반 결제 시스템 도입해야
백훈종 스매시파이 대표는 한국이 가상자산을 국가 기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어떤 화폐를 들고 오더라도 한국에서 스테이블 코인 등으로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관광객 유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한 이후 관광 수입이 급격히 증가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자산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 도입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 블록체인 산업의 현실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인프라 강화 ▲비트코인의 전략적 활용 ▲가상자산 법·제도 정비 ▲핀테크 산업 육성을 한국이 나아가야 할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향후 정부가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규제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이번 세미나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