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토큰포스트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트럼프는 ‘AI·크립토 차르’ 직책을 신설해 데이비드 삭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임명하고,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친가상자산 인물인 폴 앳킨스를 내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가상자산 종주국으로의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삭스는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페이팔 마피아는 페이팔 초기 경영진들이 모여 실리콘밸리 첨단기업 창업을 주도한 그룹이다. 삭스는 가상자산 프로젝트 ‘제로엑스(ZRX)’의 고문직을 맡고 있으며, 그가 ‘크립토 차르’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에 제로엑스의 가치는 당일 42% 급등하기도 했다.
폴 앳킨스 차기 SEC 위원장 역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SEC 위원을 지내며 금융 규제 전문가로 활동했다. 특히 디지털상공회의소 토큰 얼라이언스 공동의장으로도 활동하며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로 평가된다.
가상자산 업계, 한국 정부 대응 미흡 지적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친가상자산 행보에 대해 “한국의 정책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진현수 대표 변호사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우리나라 역시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진흥위원회와 같은 국가적 지원 기구를 통해 K-블록체인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변호사는 이어 “정치적 혼란으로 혁신 산업이 소외되고 있다”며 “법적·제도적 지원이 지연될수록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해외 이탈 심화…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량 급증
한편,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규제 미비로 인해 투자자들의 해외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선호하며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가상자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월간 거래량이 13조772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16조 원에 이어 두 달 연속 10조 원대를 넘어선 수치다.
스테이블코인은 1개당 가격이 1달러로 고정된 가상자산으로, 대부분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이동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국내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올해 초 2조 원대에 머물렀으나, 11개월 만에 8배 이상 증가하며 투자자들의 해외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 대비 시급한 제도 마련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크립토 내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친가상자산 정책을 펼치는 반면, 한국은 제도적 준비가 부족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국회가 협력해 혁신 산업을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규제 미비로 시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