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토큰포스트
인도 중앙은행(RBI)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인 e-루피의 전국적 도입을 서두르지 않고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금융 안정성과 글로벌 동향을 고려해 점진적인 확대 전략을 채택 중이다.
21일(현지시간) 크립토뉴스에 따르면, 인도 중앙은행(RBI)은 CBDC 도입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강조하며 전국적 도입 일정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T. 라비 샹카르(T. Rabi Sankar) 부총재는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CBDC의 영향에 대한 명확한 결과와 가시성이 확보될 때 비로소 확장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e-루피는 2022년 12월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채택률이 낮은 상태지만, 중앙은행은 장기적 목표를 기반으로 점진적 접근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e-루피의 도입은 실험적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2024년 중반 기준 약 100만 건의 소매 거래가 이루어졌다. 이 같은 수치는 초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RBI는 e-루피의 광범위한 채택을 위해 지역 은행들과 협력하며 급여 지급 등 다양한 사용 사례를 실험 중이다. 그럼에도 샹카르 부총재는 “우리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CBDC 도입이 금융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CBDC가 금융 시스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 RBI의 신중한 태도는 최근 몇 달간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난 8월 마이클 데바브라타 파트라(Michael Debabrata Patra) 부총재는 CBDC가 금융 위기 상황에서 ‘안전 자산’으로 인식될 가능성을 경고하며, 이로 인해 대규모 은행 예금 인출 사태(일명 뱅크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인도와 같은 대규모 금융 시스템에서 CBDC를 통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복잡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루피의 사용자 기반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4년 중반 기준 약 500만 명의 사용자가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RBI는 이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기술 개발에 나섰다. 특히 오프라인 전송 기능 등 사용성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적 기능을 개발 중이다. 샥티칸타 다스(Shaktikanta Das) 총재는 “e-루피의 소매 거래가 점차 성장하고 있지만, 인도의 통합 결제 인터페이스(UPI)와 같은 광범위한 성공을 이루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RBI는 도매 CBDC를 활용한 파일럿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ICICI은행, HDFC은행, 인도국립은행(State Bank of India) 등 주요 은행 9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주로 은행 간 거래와 정부 증권 거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CBDC가 인도 금융 시스템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 단계를 정교화하는 중요한 실험으로 평가된다.
RBI의 점진적 접근은 글로벌 CBDC 도입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에 따르면, 전 세계 GDP의 98%를 차지하는 약 130개국이 디지털 화폐를 연구 중이다. 이미 중국, 자메이카, 나이지리아 등 여러 국가가 CBDC를 도입했으며, 인도는 이들 국가의 경험을 면밀히 관찰하며 자체 전략을 보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