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토큰포스트
미국 암호화폐 업계 주요 정치활동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의 재선과 친암호화폐 성향 의원들의 당선을 위해 1억3100만 달러(약 1310억원)를 투입한 가운데, 차기 정부의 우호적인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암호화폐 업계 주요 정치활동위원회(PAC)는 친암호화폐 성향 후보 당선을 위해 이번 선거에서 거액을 지출했다. 스탠드위드크립토(Stand with Crypto)가 집계한 결과 하원에서 274명, 상원에서 20명의 친암호화폐 의원이 당선됐으며, 미시간주의 엘리사 슬로트킨(Elissa Slotkin)과 애리조나주의 루벤 갈레고(Ruben Gallego) 등 주요 민주당 상원의원 당선자들도 포함됐다.
암호화폐 업계의 정치적 영향력은 2년 전 FTX 거래소 붕괴 사태 이후 놀라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FTX의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는 현재 고객과 투자자 사기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트럼프의 승리 이후 친암호화폐 정책 기대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5200만 명의 미국인이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워싱턴의 규제 방향은 이 신흥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블록체인협회(Blockchain Association) 크리스틴 스미스(Kristin Smith) 회장은 “암호화폐는 이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세력이 됐다”며 “이번 선거 결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친암호화폐 의회가 구성됐고, 가장 친암호화폐적인 행정부가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회장은 암호화폐 업계가 로빈후드(Robinhood)의 법률 책임자인 댄 갤러거(Dan Gallagher) 전 SEC 위원과 토큰얼라이언스(Token Alliance) 자문위원인 폴 앳킨스(Paul Atkins) 전 SEC 위원을 차기 SEC 위원장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 기관 전반의 암호화폐 정책을 조율할 백악관 차르 제도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최근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을 180도 바꿨다. 2021년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일축했던 그는 올해 여름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위원장을 교체하고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와 그의 아들들은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이라는 자체 암호화폐 사업도 시작했다.
트럼프의 측근들도 디지털 자산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을 위해 1억1900만 달러를 투입한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도지코인(Dogecoin)을 연상시키는 정부효율화부(DOGE) 수장으로 지명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은 디지털 화폐 회사 테더(Tether)를 고객으로 둔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를 이끌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의 주요 인사들도 트럼프 지지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과 벤 호로위츠(Ben Horowitz)는 각각 250만 달러를 트럼프 지지 정치활동위원회에 기부했다. 윙클보스(Winklevoss) 쌍둥이 형제도 머스크가 이끄는 정치활동위원회에 각각 25만 달러를, 트럼프 공동모금위원회에 비트코인으로 각각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업계의 정치 자금은 주로 페어쉐이크(Fairshake)와 디펜드 아메리칸 잡스(Defend American Jobs), 프로텍트 프로그레스(Protect Progress) 등 세 개의 정치활동위원회를 통해 의회 선거에 투입됐다. 이들은 엘리자베스 워렌(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의 측근인 케이티 포터(Katie Porter) 의원의 선거 자금을 저지하기 위해 1000만 달러를 지출했고, 포터 의원은 결국 캘리포니아 상원 예비선거에서 패배했다.
또한 업계는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블록체인 기업 창업자 출신인 공화당 버니 모레노(Bernie Moreno) 후보 지원에 4000만 달러를 투입해 3선 민주당 셰로드 브라운(Sherrod Brown) 의원을 물리쳤다. 브라운 의원은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암호화폐 규제 강화를 주장해왔다.
페어쉐이크는 이미 2026년 중간선거를 위해 78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올해 선거에서 남은 3000만 달러와 앤드리슨 호로위츠 社, 코인베이스(Coinbase)의 조기 출자금이 포함됐다. 코인베이스 카라 칼버트(Kara Calvert) 미국 정책 책임자는 “우리는 매년 투자를 해야 하며, 의회가 이 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시민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의 로버트 와이즈먼(Robert Weissman)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는 업계가 불안정하고 경제적 목적이 불분명한 상품을 위해 정치인들을 매수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