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토큰포스트
14일 두나무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UDC 2024에서는 ‘글로벌 규제 동향과 디지털 자산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과 글로벌 규제의 미래를 조명하는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금융감독원 부국장을 지낸 두나무 이해붕 투자자보호센터장이 좌장을 맡아 세션을 진행했으며 전 세계 주요 규제 기관에서 활동했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해 국제 규제 동향과 디지털 자산 시장의 나아갈 방향을 논의했다.
이해붕 두나무 투자자보호센터장은 “BIS 설문에 따르면 60% 이상의 국가가 투자자 보호, 금융 안정, 불법 행위 대응, 시장과 인프라의 안정성 등을 위한 디지털 자산 규제 체계를 마련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각국 규제 현황을 공유했다.
전 CFTC 정책 고문 제이슨 소멘사토, 전 싱가포르통화청(MAS) 감독자 안젤라 앙, 전 홍콩선물위원회(SFC) 핀테크 책임자 클라라 추, 디미트리스 사라키스 전 유럽 의회 전문위원이 한 자리에 모여 가상자산 규제 현황과 과정을 공유했다.
前 CFTC 가상자산 정책관 “美 규제 수립 과정, 업계 현실 반영 못해”
CFTC에서 가상자산 정책을 담당했던 체이널리시스의 북미 공공정책 총괄 제이슨 소멘사토는 제이슨 소멘사토는 “미국 암호화폐 규제는 암호화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 금융산업, 증권, 파생상품, 은행에 적용되던 규제를 암호화폐 생태계로 확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국이 기존 규제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유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 운신의 폭이 좁았고 사업 제약이 심하다는 비판과 반발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멘사토 총괄은 특히 규제 수립 과정에 대한 비판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은 특정 목적을 위해 수천개 세부 규정을 가진 규제를 만든다. 검토와 승인까지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린다. 또 이미 작성된 규정집을 준수하지 않으면 제재한다는 입장인데, 복잡한 실제 상황에서 규제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먼저 내부적인 규제 통일성을 마련해야 다른 나라와의 규제 일관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규제 일관성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선거 이후 변화가 예상되며 최근 의회가 새로운 규제 체제를 만들려는 의지를 보인 점도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등 암호화폐 쟁점을 다룬 법안이 발의되고 있고, 법안 통과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규제 환경 변화와 입법에 더 많은 추진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많이 진행됐던 FIT21 법안은 법안명이나 내용은 일부 개정될 수 있지만, 규제기관의 관할권을 규정하는 내용인 만큼 1월 새로 열리는 의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유럽 미카법과도 유사한 만큼 법안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카 만든 전 유럽의회 전문의원 “의견수렴, 업계논의는 필수”
유럽의회 전문위원을 지낸 디미트리스 사라키스는 “미카는 200명이 함께 작업한 법”이라고 말했다. 미카법이 나온 배경이 페이스북의 스테이블코인 ‘리브라’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정확하게는 리브라 운영자들이 수익 모델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카 규제로 가상자산 시장 전체를 커버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관할법 13개가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라키스 전 위원은 “미카 시행은 아직 시작 단계”라며 스테이블코인은 지난 6월 이행에 들어갔지만 암호화자산 발행사, 참조토큰, 유틸리티토큰 등에 대한 감독 체계는 12월 30일부로 이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2년 동안의 규제 시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카 규정은 160쪽, 기술 표준 내용이 136쪽에 달하며 앞으로도 추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럽연합이 집중하는 건 수단이 아닌 인프라라고 말했다.
전 의회 전문위원은 “채권, 주식, 파생상품 같은 금융상품을 토큰화하면 미카가 아닌 기존 규제가 적용된다. 때문에 모집, 결제, 정산 같은 기존 금융 밸류체인이 토큰화 자산 특성을 잘 반영하는지, 주식, 채권과 동일하게 취급되는지를 봐야 했고, 이에 온체인에서 청산, 결제, 정산이 진행되는 ‘DLT 기반 금융 밸류체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청산기관을 없애는 혁신적인 실험으로, 기존 기관이 리스크가 있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과거의 것이라는 생각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라키스는 “샌드박스를 통해 5~6년 시행하는 동안 많은 정보와 지식을 취합해 완전히 다른 금융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는 규제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의견수렴 과정에 대해서는 “규제당국이나 입법자가 새로운 것을 잘 모를 수 있다. 상황을 모르면 법을 만들 수 없다. 의견수렴은 상호학습의 과정이 돼야 한다. 많은 기업과도 지속적으로 협의를 해야 한다. 기업이 입법자에 직접 접근하여 사업모델과 창출 가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016년 블록체인 법안을 도입하면서 이런 작업을 진행했다. 다양한 기업가를 계속 만나면서 법안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최악의 규제는 ‘내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 편향적 태도, ‘나쁜 것’이라고 지레 규정하는 것이며 이를 피하기 위해 반드시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견수렴도 중요하지만 어느 지역에서건 결국 정치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이 실수할 수 있는 정치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치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어떤 것도 추진될 수 없다면서 EU가 분야에서의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민관 대화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규제가 현실의 요구에 부응하고 미래에 적응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견수렴은 양방향 협의 과정이다. 감독 기구와 민간 분야가 미래의 규제 변화에 대해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통화청 감독관 “규제 수립, 당국과 업계의 상호이해 과정”
2020년 싱가포르 통화청에서 결제서비스법 도입 등 암호화폐 규제 작업을 담당했던 앙젤라 앙 TRM랩스 수석 정책 자문관은 “규제 수립에 있어서 배우려는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서 “2020년 처음 규제 작업을 시작할 때 당국이 산업을 이해하고, 산업이 규제를 이해하는 과정이었고,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때가 많았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이 악의적인 것이 아니라 웹3의 혁신과 성장을 지원하고 싶지만 안전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소비자를 보호하기 원했던 것”이라면서 “주장을 관철하기보다 이러한 궁극적인 목표와 상대방의 입장을 염두에 두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자금세탁방지 위험과 기술 위험에 초점을 맞춘 암호화폐 규제 체계를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해킹이 더 빈번했고 변동성이 컸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뒀으며, 2020~2021년에 걸쳐 암호화폐 시장 내 소비자 보호 조치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올해와 내년 규제 시행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명확한 규제가 정립된 만큼 정말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구체적인 규제 시행을 씨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앙젤라 수석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는 앞으로 규제 가상자산사업자의 광고 금지, 가상자산 ATM 금지, 리테일 투자자에 대한 지식평가 실시, 가입 인센티브 금지, 고객 자산과 사업자 자산 분리, 법정화폐 자산과 암호화폐 자산 분리 등의 규율이 적용된다. 아울러 수탁기관으로 허가제를 확대도 진행 중이다.
그는 “통화청의 윤리의식과 원칙에 입각해서 진행이 되고 있다”면서 “의도와 달리 실질적이지 않은 규정은 시행 자체가 어려운 만큼 시행 단계에서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탐색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고의 규제 체계에 대한 하나의 정답은 없다”면서 “국가, 상황, 목표, 과제가 다 다른 만큼 국가 간 100% 동일한 규제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당국이 스테이블코인 범주에서 알고리즘 기반 유형을 배제하고 100% 유동성을 가진 준비금 확보를 요구하는 것과 같이 규제 표준화 기구 등을 통해 특정 정의에 대한 공통의 이해와 최소한의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가 탈중앙 혁신을 도울지, 방해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업계 구조와 기술 현황을 잘 반영한 규제는 업계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작년 전 세계 규제 조사 결과, 전면적인 허가제가 있는 경우, 불법 활동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가 없거나 느슨한 경우에 비해 불법 활동이 훨씬 더 줄어든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 목표가 전반적인 금융 범죄율을 낮추는 것이라면, 이를 통해 신뢰를 높이고 안정적이고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 좋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규제 내용들이 산업 지원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홍콩 SFC 핀테크 담당자 “당국 기대치 조정하고 발빠른 과도기적 규제 제시해야”
홍콩 증권위원회에서 핀테크 허가를 담당했던 클라라 추 QReg 대표는 산업 성장을 돕는 발빠른 규제 수립과 절차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클라라 추 대표에 따르면 홍콩은 2017년 가상자산 규제를 시작했다. 당시 붐이 일었던 ICO를 일종의 집단 투자 계약으로 보고 운용사 대상 규제 체계를 마련했다. 이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규제를 논의하고 2019년 정식 허가제를 마련했다. 지침 마련과 법 개정을 통해 규제 관할권을 명확히 했다. 지난 2년 동안에는 더욱 종합적인 규제 체계를 만들기 위해 토큰화 지침, 가상자산 브로커 딜러 허가제, 크립토 자문업 규제를 만들었다. 앞으로 수탁기관 허가제, OTC 시장,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추 대표는 “홍콩은 한국과 반대로 전문 투자자, 기관, 기업 투자자에만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을 허용했다”면서 “새로운 분야였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더 신중히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가상자산 지식이 확산되고 일반대중이 자산 위험을 인식하게 되면서 2022년 개인이 거래 접근권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 규제당국에는 변호사, 회계사, 금융 전문가들이 있지만 테크 백그라운드가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생 분야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신생 산업에 관한 규제를 수립할 때 공개적인 의견수렴 과정은 필수적인 과정”이라면서 “현장은 상상과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실 감각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산업을 빠르게 발전시켜야 할 상황에서 의견수렴이라는 절차를 밟기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당국이 기대치를 조정하고, 견고한 법적 기반을 만들 때까지 일시적인 조치, 과도기적인 조치를 마련한 뒤 공청회, 의견수렴을 진행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UDC 2024는 ‘블록체인: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Blockchain: Powering Real World Change)’이라는 주제로 11월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됐다.
올해 7회째를 맞는 행사로, 두나무가 블록체인 생태계 육성과 확장에 기여하고자 시작한 국내 대표 블록체인 컨퍼런스다. 매년 전 세계 분야별 전문가들이 블록체인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