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카잔 브릭스 정상회의와 세계 보호무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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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블록체인투데이

지난 10월 24일 러시아 카잔에서는 세계 정상 22명을 포함한 35개국과 UN을 포함한 6개의 국제기구가 참석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제16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마쳤습니다. 브릭(BRIC)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첫 글자를 표시한 약어로 골드만삭스의 존 오닐 자산운영회장이 2001년 브릭은 2050년까지 세계에서 지배적인 경제국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언론에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06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으로 모임을 했고 2009년 러시아 에카테린부르크에서 첫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하였으며 2010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이 협회에 추가되면서 첫 글자 ‘S’가 추가되어 브릭스(BRICS)를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 카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기존 브릭스 5개국을 제외하고도 3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을 원해 브릭스 플러스(BRICS Plus)라는 이름으로 확대하여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세계은행은 지난 6월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세계 1위는 35조 달러인 중국이고 2위는 27조 4,000억 달러로 미국, 그리고 3위는 14조 6,000억 달러인 인도이며 4위는 6조 달러인 러시아라고 발표했습니다. 결국 중국, 인도, 러시아의 브릭스 3개국이 선두에 포함되어 존 오닐 회장의 예언보다 훨씬 빠르게 브릭스는 세계에서 지배적인 경제블록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 석학인 제프리 삭스는 이렇게 빠르게 브릭스가 결합하고 경제가 발전하게 된 것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한 경제 제재를 통한 권력의 남용 때문이며 카잔 브릭스 정상회의는 미국과 유럽의 권력 오남용에 최후통첩으로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가진 세계적인 힘은 결국 ‘달러’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 정책에 대항하는 국가는 경제 제재를 가해서 외국 은행에 예금되어 있는 보유 외환을 압류하고 국제 무역에서 달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여 원유, 식량, 의료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상품을 수입할 수 없게 만들어 경제를 고립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 이유로 러시아도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도 외국 은행에 예금된 약 2,820억 달러의 국가 자금이 압류되었고 스위프트(SWIFT)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달러와 유로화 결제를 못 하게 하여 러시아 경제를 파산으로 이끌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나 오히려 러시아 경제는 역사상 가장 좋습니다. 제재로 인해 수입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수입 대체 산업은 성장하여 소비재를 현지에 생산하는 공장이 늘어나 실업률은 가장 낮고 실질임금은 많아져 소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IMF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3.3%인데 러시아는 5.5% 성장하였고 G7 국가의 평균은 1.9%이지만 유럽 연합은 0.4% 성장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값싼 에너지 수입이 금지되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경제가 호황이고 경제 제재를 단행한 유럽은 불황을 겪는 것은 경제의 아이러니입니다. 결국 유럽 경제는 러시아의 저가 에너지를 토대로 경제가 성장해 왔음을 보여주었고 유럽에 수출된 에너지 전량을 중국과 인도가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함에 따라 유럽의 에너지 가격은 폭등하였지만, 중국과 인도는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었고 러시아는 수출대금으로 위안화와 루피를 받아 소비재 수입대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6,490억 달러로 세계 4위이고 약 2,400톤의 금을 보유하여 세계 5위 금보유국입니다. 한국은 4,2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와 105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카잔 브릭스 정상회의의 의장국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최종 기자 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공평한 세계 발전과 안보를 위한 다자주의를 강화하자는 주제로 개최된 카잔 브릭스 정상회의는 성황리에 마쳤고 행사에 참여한 일부 국가들은 브릭스에 전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의사를 전달하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회원국 명단을 확인하여 발표할 것입니다.’

브릭스의 다자주의는 많은 국가로부터 공감을 얻었고 러시아 재무부 장관이 제안한 브릭스 회원국 간의 새로운 국제 결제 시스템이 주요한 의제가 되었습니다. 달러를 대체하는 브릭스 회원국만의 기축통화를 제정하지 않고 국제 결제에서 자국의 화폐로 외국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으로 설계된 브릭스 브리지(BRICS Bridge)를 계속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외국을 방문하는 개인이 달러 환전이 필요 없이 QR코드를 통해 자국 화폐로 지급하는 브릭스페이(BRICS Pay)를 시연하였습니다. BRICS Bridge와 BRICS Pay의 경우 SWIFT에서 달러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어 연간 300억 달러의 금융 수수료가 절약되며 비자, 마스터카드 없이도 쉽게 외국에서 결제할 수 있어서 인적 교류가 활발해져 관광산업 및 문화교류,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루게 됩니다. 게다가 국경 없는 주식 거래인 브릭스 클리어(BRICS Clear)가 후속으로 개발되고 시카고와 런던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곡물 및 원자재의 상품거래소도 창설되며 글로벌 운송을 위한 재보험 시스템도 추가로 만들게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브릭스 카잔 선언문은 더 정의롭고 민주적이며 균형 잡힌 다극 세계 질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새로운 권력 중심지, 정치적 의사 결정 및 경제 성장의 출현을 선언하였습니다. 특히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신흥 시장, 개발도상국 및 최빈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했고 글로벌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브레턴우즈 제도와 세계무역기구(WTO) 내에서 분쟁 해결 메커니즘의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선언문에는 현재의 국제 금융 구조를 공정하게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브릭스 국가 간의 환거래 은행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가 통화로 결제 가능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브릭스 회원국의 인프라 향상에 투자할 것을 촉구하고 NBD 은행(New Development Bank)을 21세기 새로운 유형의 국제부흥개발은행으로 공동 전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세계 경제사에서는 2024년 10월 24일을 국제 금융 시스템을 혁신하는 날로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44년 미국 브레턴우즈에서 40개국의 정상이 참석하여 금을 담보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결의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설립하였습니다. 이후 1974년 미국은 일방적으로 금본위제도를 폐지하고 대안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안보를 제공하는 대신 원유를 달러로만 거래하기로 한 페트로 달러로 또다시 세계 금융을 장악하였고 동시에 국제 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는 반드시 미국을 통하게 하여 달러의 세계 패권화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브레턴우즈 금융 체제 이후 80년이 지났고 금본위 폐지 이후 50년 만에 러시아 카잔에서 개최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분산원장 시스템인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새로운 국제 결제 시스템 개발을 선언하였습니다. 

구소련의 개방으로 시작된 세계 자유무역주의는 G7의 경제블록과 브릭스의 경제블록으로 나뉘어져 보호무역주의로 변하고 있습니다. 브릭스의 인구는 전 세계의 45%로 약 37억 명에 이르고 GDP는 총 60조 달러가 넘습니다. 개방이 시작되었던 1992년 브릭스의 세계 GDP 비중은 16.7%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4.7%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반면 1992년 G7의 세계 GDP 규모는 45.7%로 거의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29.3%로 크게 추락하였습니다. 세계 자유무역주의의 영향으로 경제를 성장시킨 한국은 보호무역주의 시대로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인 한국은 결코 세계 경제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브릭스 경제블록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와 같은 국가처럼 유연한 외교로 국제 정세에서 중립적 입장을 통해 실리를 차지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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