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허술한 암호화폐 트래블룰…보이스 피싱부터 국내 거래소 갑질까지

출처: 블록미디어

트래블룰(Travel Rule, 자금이동규칙)은 가상자산을 보낼 때 송수신자 정보를 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이 확인하는 절차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국내 거래소에서 전면 시행됐다.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가상자산을 보낼 때 받는 계정과 실제 계정 주인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트래블룰이다.

# 트래블룰 적용 거래소

가상자산을 출금할 때 화면에 해외 거래소 계정을 띄워두고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은 협약이 안 돼 있어 관련 서류를 받을 때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신고 거래소를 피하고 VV, CODE 룰 솔루션을 지원하는 거래소를 이용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에서는 트래블룰 솔루션으로 코드(CODE)와 베리파이바스프(VV)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업비트와 고팍스는 VV, 빗썸, 코인원, 코빗은 코드를 사용 중이다.

VV는 두나무 자회사인 람다 256이, CODE는 빗썸·코인원·코빗의 합작법인 코드가 개발했다.

통상 트래블룰 협약이 맺어지지 않은 미신고 거래소는 블랙리스트, 신고 거래소는 화이트리스트라고 부른다.

화이트리스트는 바이낸스, 게이트아이오 등 해외 거래소뿐 아니라 메타마스크, 카이카스, 카카오 클립등 개인지갑도 포함된다. 국내 현행 규정상 사업간 거래 대상으로만 트래블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개인, 해외 사업자 거래는 송수신인이 같거나 거래소 자체 본인 인증으로 지갑 주소를 미리 등록하면 화이트리스트가 적용된다.

# 블랙리스트 거래소는 보이스 피싱 위험

트래블룰이 적용되지 않은 블랙리스트 거래소는 고객 정보를 수기로 맞춘다. 수기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보이스 피싱을 당할 위험이 있다.

익명을 요청한 거래소 관계자는 “미신고 거래소는 입출금이 어렵다. MEXC, 쿠코인도 미신고 거래소다. 미신고 거래소의 경우 고객이 출금을 요청하면, 개인 정보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진다는 내용의 서류를 작성하도록 한다. 상대 거래소가 출금 리스트 정보를 보관하기 때문에 보이스 피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하루 최소 다섯 번 정도 보이싱 피싱 관련 문의가 들어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가입 직후 72시간 출금 제한이 있는 이유도 보이스 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출금 제한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출금 제한 정책이 보이스 피싱을 얼마나 예방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해외 거래소 “트래블룰은 무기”

DAXA 회원사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는 출금 가능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명단을 따로 관리한다. 이게 무기가 된다.

해외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와 트래블룰 협상을 하는데, 코인 수십 종을 먼저 상장 폐지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거래소 입장에서는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간 코인이 스캠 피해를 입지나 않을 지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

해외 거래소 입장에서는 DAXA 소속사들이 자신을 화이트리스트에 등록해 주지 않을 경우 코인 당장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 트래블룰이 국내 거래소를 ‘갑’, 해외 거래소를 ‘을’로 만드는 수단이 된 것이다.

# 트래블룰 무력화

국내 거래소에서는 매매할 수 없는 시총이 낮은 코인들이 있다. 이런 코인들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코인을 이동시킬 수 밖에 없다.

원화 환산가 100만 원 미만 코인은 비교적 쉽게 출금할 수 있다. 출금 수수료가 저렴한 리플(XRP), 트론(TRX)을 100만 원 미만으로 매수해 해외 거래소 혹은 개인 지갑으로 전송하기도 한다.

트래블룰 솔루션이 연동된 거래소로 코인을 전송한 후 제3의 해외 거래소로 한 번 더 출금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업비트에서 트론을 매수해 바이낸스로 보낸 뒤 OKX, 쿠코인, 빙엑스 등 거래소로 보내는 것이다. 이 경우 특금법이 요구하는 트래블룰 자체가 무력화된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시행 중인 트래블룰이 실효성이 있게 운영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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